최근 세계 경제 대국들 사이에서 경제적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침체와 상승 사이클을 동시에 겪었던 과거와 달리 경기, 무역, 주식 시장 모두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살아나는 美, 주춤하는 中·유럽…글로벌 디커플링 뚜렷"
1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인용해 올해 세계 경제 대국들의 디커플링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oA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올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유럽연합(EU)은 정체하고, 중국은 역성장 위기에 놓일 전망이다. 과거 ‘차이메리카’(중국+미국) 등 분업과 무역을 통해 경제 방향이 일치하던 것과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미국 경제는 반등하는 모양새다.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3%를 기록하며 전망치를 웃돌았다. 대표 주가지수인 S&P500지수도 5000선을 넘기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BoA는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강한 경제 성장과 견고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올해 6월 연착륙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같은 시기에 통화정책이 완화하면 낙관적인 모멘텀이 구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유럽 경제는 소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유럽 내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이 역성장(-0.3%)을 겪으며 침체 우려가 컸다. 다만 오는 6월부터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을 완화하면 경제가 되살아날 것이란 전망이다. BoA는 올해 유로 지역 경제 성장률을 0.4%로 제시했고, 내년 성장률은 1.1%로 내다봤다. 올해도 독일 경제는 둔화할 전망이지만, 독일 외의 국가에서 유럽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게 BoA의 설명이다.

반면 중국의 불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출산율 감소를 비롯해 부동산 위기, 소비자 신뢰도 둔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암울한 상황이 중첩되고 있어서다. 외국인 투자자도 지난해부터 중국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BoA는 “중국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디커플링 현상은 다른 지표보다 뚜렷하다”며 “세계 평균에 뒤처지고 있지만, 여전히 회복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