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스피지수의 새해 첫 달 성적이 글로벌 주요국 주가지수 중 ‘꼴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이 지난해 4분기 줄줄이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은 데다 올해 전망치마저 대거 하향 조정된 영향이다. 일각에선 “한국 기업의 성장 잠재력이 질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우울한 관측도 나온다.

‘위기설’ 나오는 중국보다 떨어졌다

코스피지수가 30일 연초 대비 5.89% 하락한 2,498.81에 장을 마쳤다. 미국 S&P500지수가 연초부터 최근까지 3.31% 오른 것과 대비된다.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 닛케이225지수(+7.77%), 유로스톡스50지수(+2.58%), 대만 자취안지수(+1.05%), 인도 센섹스지수(-0.41%) 등 다른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도 코스피지수의 흐름이 가장 나쁘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경기 침체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는 중국 상하이지수(-4.85%)보다 더 떨어졌다.
새해 첫달 한국 증시 '글로벌 꼴찌'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는 가장 큰 원인은 실적 발표 기간을 맞아 기업들이 부진한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 조정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 추정치 평균)가 있는 종목 중 이날 오전까지 잠정실적을 공시한 기업은 75곳이다. 이 중 4분의 1에 가까운 55곳이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영업이익(금융 관련 업종은 순이익)을 발표했다. 예상치 대비 20% 이상 적거나, 흑자를 예상했지만 적자가 난 ‘어닝 쇼크’ 수준의 종목은 절반에 가까운 36곳이었다.

실적 발표 절반이 ‘어닝 쇼크’

실적 악화뿐만 아니라 산업 성장성 측면에서도 한국 증시가 주요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산업을 선도하고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일본은 로봇 등 기계류에서 두각을 나타내 글로벌 투자자들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높게 부여할 수 있다”며 “한국은 아직 메모리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미래 산업을 이끌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올해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올해 연간 실적 컨센서스가 있는 기업 248곳의 영업이익 예상치는 3개월 전(230조8466억원)부터 1개월 전(227조2692억원)까지 1.5% 감소했고 이후부터 최근(223조401억원)까지는 1.9% 줄어들었다. LG에너지솔루션(-28.2%), LG화학(-26.1%), 포스코홀딩스(-11.7%) 등 시가총액 상위 배터리주의 실적 전망치 하향이 두드러진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PI부문 대표는 “주요국 경제는 모두 작년보다 올해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국은 올해가 작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낙관적 예상이 많았는데 이런 전망이 깨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는 4월 선거를 앞두고 부쩍 심해진 정치권의 ‘핀퓰리즘’(파이낸셜 포퓰리즘)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