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제부 관계자는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영국 힝클리 포인트 원전의 추가 건설 비용에 영국 정부도 분담금을 내야 한다"며 "이는 국가 간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DF는 전날 "힝클리 원자로 2기를 짓는 데 드는 예산이 460억파운드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당초 계획된 180억파운드보다 2배 이상 폭증했다. 완공 시기도 원래 예정일보다 4년 밀려나 2029년으로 지연될 전망이다.
영국은 EDF가 대주주로 있는 힝클리에 추가 현금을 투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영국 원전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계약 체결 당시에는 차액거래(CfD) 조항으로 인해 '영국 정부가 프랑스 기업(EDF)에 너무 관대하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EDF가 원래대로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단 원전이 가동되면 CfD를 통해 전력 가격이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영국 정부가 보조금으로 차액을 보상해주기로 한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힝클리 원전을 둘러싼 양측 갈등을 또 다른 원전 프로젝트로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DF가 영국에 건설 중인 또 다른 원전 사이즈웰을 압박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영국 정부는 '힝클리 예산 초과 문제는 EDF가 혼자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EDF에 '사이즈웰에 자금을 투입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 주장하며 "우리는 이 원전 프로젝트들의 문제를 한꺼번에 테이블에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는 배경에는 리시 수낙 영국 총리의 정치적 결정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수낙 총리는 지난해 사이즈웰 프로젝트 투자자 명단에서 지분 20%를 가지고 있던 중국 광핵집단유한공사(CGN)를 퇴출시킨 뒤 새로운 민간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중국 자본을 뺀 것이다. 이후 CGN은 힝클리 지분 33.5%도 처분하며 영국 원전 사업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철수 결정은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