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선진국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나라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55%에 달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파나소닉과 소니그룹을 창업한 마쓰시타 가문과 모리타 가문의 보유 지분이 오늘날 ‘제로(0)’에 가까운 이유다.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서는 상속·증여세 부담을 파격적으로 줄여주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9년 중소기업 경영승계원활화법을 제정해 기업을 승계한 후계자가 물어야 할 상속·증여세를 유예 및 면제하고 있다.

비상장 중소기업 승계는 전체 주식의 3분의 2까지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각각 80%와 100% 유예한다. 5년간 고용 80% 이상 유지 등을 만족하는 조건에서다. 후계자가 사업을 5년 이상 계속하다가 또 다른 후계자에게 물려주면 유예된 세금을 면제받을 수도 있다.

2018년에는 기업 승계의 세제 혜택을 더 확대한 특례조치를 10년 기한으로 도입했다. 세금을 유예 또는 면제받을 수 있는 주식 수를 ‘3분의 2’에서 ‘100%’로 늘렸다. 80%이던 상속세 유예 비율도 100%로 올렸다. 특례조치를 인정받으려면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작년 말 세제 개편을 통해 일본 정부는 오는 3월 말까지이던 제출 기한을 2026년 3월까지로 2년 연장했다.

일본이 중소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상속·증여세 부담을 줄여주는 것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승계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02년 61.5세이던 중소기업 사장의 평균 연령은 2022년 71.6세로 높아졌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