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다국적군 참여국 선박 모두 공격"…확전 우려 고조
미 네이비실 대원들, 이란발 무기 찾다 아덴만서 실종
이란 "모사드 첩보센터 공습"…미 "무모한 공격 규탄"
격랑속 중동…후티, 美선박 공격 선언·이란은 모사드 타격
친이란 무장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미국 선박도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이란도 이라크 내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미사일로 타격하는 등 중동 내 확전 우려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군 중부사령부와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예멘 해안에 있던 마셜제도 선적의 미국 회사 소유의 벌크선인 'M/V 지브롤터 이글호'를 지대함 탄도 미사일로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지지'를 이유로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공격하고 있는 후티를 제압하기 위해 미국이 다국적군을 규합해 후티를 공격한 지 며칠 만에 미국 선박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공격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공격으로 인명 피해나 심각한 파손은 없었다.

후티는 이번 공격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직접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홍해에서 미국 배를 공격 목표로 삼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후티 공보국의 나스레딘 아메르 부국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어떤 배가 꼭 이스라엘로 향해야만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선박이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후티 대변인 야히야 사리아도 별도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 등 자신들을 향한 군사 공격에 참여하는 국가의 모든 선박을 "적 타깃"으로 간주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이스라엘 선박을 노린다며 민간 상선을 공격해온 후티가 미국 등 서방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홍해상에서 다국적군과 후티의 공방은 가열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펴면서 지난 12일과 13일에는 예멘 내 반군 근거지 수십곳을 공습했고, 후티는 14일 홍해 남부에 있던 미군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격랑속 중동…후티, 美선박 공격 선언·이란은 모사드 타격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의회 연설에서 영국군이 지난 12일 작전에서 13개의 후티 목표물을 모두 파괴했다고 작전 성공을 알렸다.

그는 "이번 공격은 직접적인 위협에 대한 필요하고 비례적인 대응"이었다면서 드론 및 순항 미사일 기지에 있던 건물 9채, 비행장에 있던 건물 3채를 성공적으로 타격했으며, 순항미사일 발사대 1개도 파괴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후티에 대한 추가 공격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도 선언했다.

그는 후티 군사기지를 표적으로 삼은 이번 작전은 "한번의 제한된 행동'이었지만 정부는 "필요한 경우 우리의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은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저항의 축'을 견인하며 후티를 포함한 역내 친이란 대리세력들의 도발을 방조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아덴만에서 지난 11일 해군 특수부대 대원들이 실종된 것도 예멘으로 향하던 이란 무기를 수색하던 중 발생한 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는 네이비실 대원 한명이 거친 바다에서 이란 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에 오르려다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바다에 빠졌고, 다른 한명이 동료를 돕기 위해 물에 뛰어들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다른 군인들이 배를 성공적으로 수색했는지, 이란산 무기가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군은 "이란의 기술 및 정보 지원이 없었다면 후티가 해상 항로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예멘행 선박을 계속 감시 중이다.

격랑속 중동…후티, 美선박 공격 선언·이란은 모사드 타격
이런 가운데 이란의 군사조직인 혁명수비대는 15일 밤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의 주도 아르빌 근처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와 테러단체들을 탄도미사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이란 내 테러공작의 가해자들, 특히 이슬람국가(IS)를 공격했다"면서 같은 날 시리아에 있는 테러조직들도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이번 공습은 최근 자국 내 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이자 미국의 예멘 반군 후티 폭격에 대한 반발을 표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3일 이란에서는 미국에 암살된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폭탄이 터져 100명 가까이 숨졌는데, 이란은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에 보복을 예고한 바 있다.

폭탄테러는 IS 조직원들의 소행으로 밝혀지고 있으나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관성을 의심해 왔다.

쿠르디스탄 안보당국은 이란의 이번 폭격으로 지금까지 최소 4명이 숨졌고, 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아르빌은 이라크 내 미국 영사관이 있는 지역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이란의 아르빌 공격을 강하게 규탄하며 사망자 유족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며 "우리는 이라크의 안정성을 해치는 이란의 무모한 미사일 공격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여파가 중동 다른 지역으로 번져가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란의 무력행사로 역내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