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 계단을 오르내리는 품새가 사람을 꼭 닮았다. 그 자세와 움직임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엉덩이를 세게 걷어차도 끄떡없다. 이 로봇의 원산지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다. 낮은 생산단가 덕분에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이다.

9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의 주인공은 중국이었다. 주최국인 미국(1201개) 다음으로 많은 1115개 기업이 참가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확장현실(XR)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술의 중국’을 이끄는 주력 부대는 벤처·스타트업이었다. 똑똑한 AI가 붙은 성능 좋은 기기를 싼값에 내놓으니 부스마다 사람들로 가득 찼다. 주요 전시장 중 하나인 웨스트게이트가 “중국관”으로 불릴 정도였다. 중국 기업들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적용한 번역기와 생성형 AI가 들어간 반지 형태의 헬스케어 기기, 몰입감 있는 혼합현실(MR) 공간을 만들어주는 하드웨어 등 당장 쓸 수 있는 첨단 제품을 선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김재승 모빌테크(자율주행 솔루션 스타트업) 대표는 “소프트웨어만큼은 한국이 앞섰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이마저도 중국에 따라잡힌 것 같다”며 “한국과 달리 각종 규제가 없어 제품 개발과 동시에 시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중국만의 강점이 AI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허란/이유정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