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리천장 깬 여성CEO "사장을 목표로 일하라"
“2년차 신입사원 시절,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느냐는 회사 선배의 질문을 받았어요. 그때 자극이 30년 후 지금의 저를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수경 SK-II 대표(사진)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젠 한국인도 글로벌 기업 CEO가 충분히 될 수 있는 시대”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세계 최대 생활용품회사 중 한 곳인 프록터앤드갬블(P&G)에선 상징적인 인물이다. 연세대 학사·석사를 졸업한 ‘국내파’인 이 대표는 1994년 P&G에 입사한 뒤 2012년 한국P&G 대표에 올랐다. 한국인으로, 여성으로 첫 대표를 맡았다. 2022년엔 P&G의 뷰티 브랜드 SK-II의 세계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로 선임됐다. P&G 글로벌 부문에서 첫 한국인 대표이자 첫 여성 CEO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내가 조직 최고 자리에 올라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는 주문을 걸어보라”며 “‘와이 낫’이란 질문은 스스로에게 최고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상당수 글로벌 기업이 내부 승진제도가 잘 발달돼 있다”고 소개했다. P&G도 인턴십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임원뿐 아니라 CEO 자리까지 오를 기회가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존 몰러 P&G CEO 역시 사원으로 입사해 대표에 오른 인물이다. 이 대표는 “P&G는 인재에 대한 투자가 미래에 100배의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혁신을 주도하고 성장을 촉진할 리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서 한국인 CEO가 배출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이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P&G 내부에서도 트렌드와 디지털에 강하고 근성이 있는 한국인의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K-열풍으로 글로벌 브랜드 사이에서 한국 시장이 중요해지고 있는 점도 한국인 CEO 수요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먼저 유리천장을 깨뜨린 뒤 P&G 내 한국인 여성 CEO가 추가로 나오고 있다. 2022년 한국P&G 대표에 오른 이지영 대표가 그런 사례다.

그가 글로벌 CEO 자리에 오기까지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조직으로부터 새로운 임무를 받았을 때 이른 시일 내에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를 압박하기도 했다”며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라고 했다.

올해 사업 전망과 관련해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재 시장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며 “무조건 전체 몸집을 불리기보다 브랜드별 맞춤 성장 전략이 중요한 시기”라고 진단했다. 1837년 미국에서 설립된 P&G는 오랄비, 팬틴, 헤드앤드숄더, 페브리즈, 다우니, 팸퍼스 등 다양한 생활용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70여 개국에 자회사 및 지사를 두고 있으며 임직원 수는 10만7000명에 달한다. SK-II는 1991년 P&G에 인수됐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