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전합 판결 이전까진 '소멸시효 완성' 주장 불허"
피해자들 다함께 '만세'…"미쓰비시는 사죄하고 배상하라"
'강제동원 2차 소송' 또 승소 확정…"5천만원∼1.5억원씩 배상"(종합)
일제 강제동원 '2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대법원이 또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1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허용할 수 없다며 2차 소송의 첫 원고 승소 확정판결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취지의 판단이 이어진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홍모 씨 등의 유가족이 미쓰비시중공업과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본 기업이 피해자 1인당 5천만원∼1억5천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경기도 평택과 용인에 살던 홍씨(소송 중 사망) 등은 1944년 9월 일본 히로시마 미쓰비시중공업의 군수공장에 끌려가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 이듬해 8월 원자폭탄 투하로 재해를 입은 뒤 돌아왔다.

귀국 후 이들은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겪었고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다.

홍씨 등 일부 생존자와 사망 피해자 유족은 2013년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씩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2016년 1심은 "일본 정부의 강제적 인력 동원 정책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강제 노동에 종사시켰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약 3년 만에 마무리된 항소심도 이와 같은 1심 판단을 유지했다.

1944년 9월부터 히타치 조선소 등에서 강제노동을 한 피해자 이모 씨도 2015년 히타치조센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1·2심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들 소송은 처음으로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인정된 201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제기한 일련의 소송 중 일부다.

이를 '2차 소송'이라 통칭한다.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2018년 10월 30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일본 기업 측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를 소멸시키는 제도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될 때까진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2018년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일본 기업들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을 대법원이 또 인정한 것이다.

앞서 지난 21일 대법원은 다른 2차 소송 사건에서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명시했다.

'강제동원 2차 소송' 또 승소 확정…"5천만원∼1.5억원씩 배상"(종합)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은 이날 판결 선고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 같이 만세를 외치며 기뻐하고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미쓰비시로 강제동원된 뒤 1944년 지진으로 숨진 최정례 씨의 조카며느리 이경자 씨는 "결혼 후 시댁 할머니가 '어린 자식을 묻고 내가 어떻게 이불 덮고 따뜻한 방에서 자겠느냐'며 추운 겨울에도 이불을 안 덮고 주무시더라. 지금까지도 기가 막힌다.

미쓰비시는 사죄하고 일본도 사죄하라"고 단호한 어조로 규탄했다.

이씨는 정부의 '제3자 변제' 해법 수용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 "내가 미쓰비시하고 재판했지, 누구와 재판했느냐"며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박남순의 아들 박상복 씨도 "며칠 전 일본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청구권 문제가) 다 해결됐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던데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일본 기업은 반드시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원고들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선고를 두고 "히타치조센에 대한 선고로 보다 많은 일본 기업의 강제동원 가해 사실과 법적 책임이 인정된 것"이라며 "지난주 민사2부에 이어 민사3부도 2018년을 기준으로 원고들의 권리행사 장애 사유가 해소됐다고 판단한 만큼 소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일말의 의혹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오늘 선고로 미쓰비시는 더 이상 방패가 없다.

판결을 따를 것인지 강제집행으로 자산 매각을 허용할 것인지 둘 중 하나만 결정하면 된다"며 "대법원도 더 이상 특별현금화명령 건 선고를 미루지 말라"고 요구했다.

'강제동원 2차 소송' 또 승소 확정…"5천만원∼1.5억원씩 배상"(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