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했던 남녀 피의자들이 경찰에 체포돼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했던 남녀 피의자들이 경찰에 체포돼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 들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복궁 스프레이 낙서'를 사주한 배후가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임 모(17) 군과 김 모(16) 양에게 범행을 지시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관계자가 세종대왕상에도 낙서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

임 군과 김 양은 경복궁 낙서 후 세종대왕상 근처까지 이동했다. 그러나 경찰이 많고 경비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지시를 거절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임 군과 김 양은 지시자가 지목한 서울경찰청으로 이동해 낙서한 뒤 지시자에게 보고하고 귀가했다.

경찰 조사 결과 지시한 이는 일명 '이 팀장'으로 그는 지난 11일 텔레그램에 '일을 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임 군이 이를 보고 연락을 취했고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관계자인 이 팀장은 임 군의 범행을 지휘했다. 이 팀장은 임 군에게 스마트폰 지도 앱 캡처를 제시하며 낙서할 구역과 함께 택시에서 내릴 곳 등 구체적인 동선을 지시했다.

그는 임 군과 김 양이 범행을 마친 뒤 "수원 어딘가에 550만원을 숨겨놓겠다"고 한 뒤 연락을 끊었다가 수사가 시작되자 "망한 것 같다. 도망 다녀라."라는 메시지를 임 군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임 군과 김 양은 지난 4일 만에 붙잡혔다. 경찰은 지시자를 추적 중이며 임 군과 김 양에게 5만원씩 입금한 계좌가 대포통장인지를 수사 중이다.

종로경찰서는 이날 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임 군에 대해 20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범 김 양에 대해서는 나이나 범죄 가담 정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임 군 범행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한 설 모(28) 씨에 대해서도 20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설 씨는 임 군 범행 다음 날인 17일 오후 10시 20분쯤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설 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문화재에 낙서하는 행위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