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창의 항해"展
50년 사진 인생 담은 대규모 회고전
영화 포스터·상업사진·영상…
작품 500점·자료 600점 전시
백자·탈 연작 등 '전통의 美' 조명
실험 작업부터 서정적 작품까지
구본창이 남긴 사진의 역사 담아

구 작가는 ‘한국의 전통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로도 불린다. ‘탈바가지’나 싸구려 관광상품쯤으로 무시당하던 전통 탈의 예술성을 ‘탈’ 연작(1998년 시작)으로 재조명한 것도, 백자 사진 연작(2004년 시작)으로 고려청자에 가려져 있던 조선 백자의 매력을 국내외에 널리 알린 것도 그다. 그만큼 구 작가가 한국 사진 역사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거대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그의 개인전 ‘구본창의 항해’에 국내 작가 개인전 역사상 최대 규모인 1, 2층을 모두 할애한 것은 이 때문이다.
구본창의 삶과 작품을 한눈에

7년 뒤인 1979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대우실업에 다니던 구 작가는 6개월 만에 사표를 내고 그때의 다짐처럼 독일 함부르크 조형미술대로 훌쩍 유학을 떠났다. 이 시기 대표적인 작품은 어머니의 죽음, 이방인으로서의 소외감 등 개인사를 담은 ‘일 분간의 독백’. “네 사진은 유럽인이 찍은 사진 같다. 한국 유학생인 너만의 이야기를 해라.” 평소 존경하던 사진가 안드레 겔프케가 해준 조언을 따라 찍은 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 바느질로 이어 붙인 종이에 이미지를 인화한 ‘태초에’ 연작, 한지에 곤충 이미지를 표본처럼 인화한 ‘굿바이 파라다이스’ 연작 등 실험적 작품들이 뒤를 잇는다.

‘콘크리트 광화문’ 연작(사진)은 특히 눈여겨볼 만한 수작이다. 6·25전쟁으로 파괴된 광화문을 신속히 복원하기 위해 임시로 제작됐다가 지금은 해체돼 보관 중인 ‘조립식 광화문 부품’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했다.

한국사진사(史) 녹은 대형 전시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은 압도적인 규모다. 전시장에는 구 작가의 주요 작품은 물론 그가 찍은 상업사진 상당수가 나와 있다. 강수연과 이정재 등 당대 청춘스타의 사진과 영화 포스터, 문예지 ‘현대문학’ 표지로 쓴 사진 등이 눈길을 끈다. TV에 방영된 관련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작가 관련 영상도 네 개가 상영 중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구 작가는 “이때까지 갤러리에서 연 전시에서는 일반 관중이 좋아할 만한 상업적 작품만 주로 소개할 수밖에 없었는데, 다양한 작품을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어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