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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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자 10명 중 4명꼴로 나오는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감염 사실을 알고도 마약 투약 사실을 감추려 치료를 회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C형 간염은 체액을 매개로 전파되며 오염된 주사기를 재사용할 때 주로 전파된다. 한 번 감염되면 만성 C형 간염으로 진행되며 간경변, 간암으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한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은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국내 3개 병원에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C형 간염 검사를 받은 마약 사용자 418명을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에 실렸다.

418명 중 주사기를 사용해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373명,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45명으로 나타났다. 주사기 사용자 373명 중 C형 간염 유병률은 39.7%(148명), 그렇지 않은 사용자에서 6.7%(3명)였다.

연령별 유병률은 △10∼29세 2.9% △30∼39세 13.9% △40∼49세 46.4% △50∼59세 59.2% △60세 이상 53.3% 등으로 연구팀은 나이가 들수록 주사 횟수 등 마약 경험이 증가함에 따라 C형 간염 감염률도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마약 투약 사실을 숨기기 위해 C형 간염 감염 사실을 알고도 치료를 회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주사용 마약 사용자 148명 중 90.5%는 감염 사실을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치료를 받은 적 있다'는 응답은 6.8%에 불과했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주사기 재사용 등으로 주로 전파되기 때문에 이런 경우 감염자와 마약을 같이 하는 사람 간 바이러스 전이가 쉽다.

연구팀은 "국내 마약 사범이 최근 많이 증가한 가운데 주사용 마약 사용자의 C형 간염 유병률이 39.7%에 달하고 대부분 치료되지 않고 있다"며 "이들에게 진단과 치료를 연계하는 등 C형 간염을 박멸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