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조건부 구속·압수수색 사전심문제에 "긍정 검토"
검찰, 증거인멸 우려 등 들어 반대 입장…논쟁 이어질 듯
영장제도 개선 예고한 조희대 대법원장…수사기관 설득 숙제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인사청문 과정에서 압수수색·구속영장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내비치면서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영장을 청구하는 주체인 검찰과 이를 판단·결정하는 법원의 시각차가 극명히 드러나는 주제라 기관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 70년 전 머무른 구속제도…'조건부 구속' 대안 될까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조 대법원장은 즉시 현행 구속영장 제도 개선 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구속영장 발부율이 너무 높다는 의원들 질의에 "조건부 구속 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개선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취임 즉시 착수해달라는 요청에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건부 구속은 구속의 사유, 피의자가 처한 상황 등을 고려해 피의자가 일정한 조건을 이행하는 것을 전제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재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피해자 보호나 재범 방지를 위해 접근금지·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부과하거나 교통사고 범죄라면 특정 차량 운행을 금지하는 등의 조건을 달고 이를 어기면 그때 피의자를 구금하는 방식이다.

재판 중인 구속 피고인을 석방하는 보석 제도와 유사하다.

구속영장 심사에서 구속과 기각이라는 양자택일을 벗어나 제3의 방안을 법원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법원으로서는 무죄로 추정되는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해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을 지킬 수 있으며 법관의 재량에 따라 사건에 맞는 적정한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속되지 않은 피의자가 실제로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관리·감독하기 어렵고 보복 범죄·증거인멸 등을 실효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오히려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는 재판 지연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구속기간 제한을 폐지하고 형사소송법상 허용되는 구속 사유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현행 구속 제도가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1954년과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어떻게든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법조계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편이다.

영장제도 개선 예고한 조희대 대법원장…수사기관 설득 숙제
◇ 압수수색 사전심문제 논란…"추가심리 필요" vs "수사 방해"
압수수색 영장 제도 역시 꾸준히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는 분야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검찰 수사에 대해 '무분별한 압수수색'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치권에서도 주요 논쟁 대상이 되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재임기인 지난 2월 대법원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신설하는 형사소송규칙(대법원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법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기 전 심문기일을 정해 압수수색 요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압수수색 영장은 '서면 심리'로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혐의 내용과 추가 수사의 필요성 등을 써내면 판사는 영장 청구서와 수사 기록을 읽어본 뒤 영장을 발부할지 판단한다.

그러나 사안이 복잡할 경우 서면 심리만으로는 법관이 압수수색의 필요성이나 적정 범위를 판단하기에 부족할 수 있고, 정보가 불균형한 까닭에 과도한 영장 발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대면 심문이 필요하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범죄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 수사 내용이 사건 관계인들에게 공개되면 증거 인멸, 기밀 유출 우려가 있고 신속한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반발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대한변호사협회까지 제도 도입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관련 논의는 중단됐다.

조 대법원장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최근 압수수색 문제가 대두되고 있고 외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말했다.

다만 "아무나 부르면 수사의 밀행성이 떨어진다"며 "대법원에서 검사가 신청하는 참고인만 부르는 쪽으로 바꿀 필요성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