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취소 기준 훌쩍 넘어…0.031% 나온 운전자는 "맥주 1병 먹었는데" 울상
측정치 낮추려 약하게 부는 '꼼수'도…서울 연말연시 음주운전 집중단속 현장
한밤 음주측정기 불자 단숨에 0.170%…단속 딱 걸린 운전자들
"5시에 모임이 있어서 딱 맥주 한 병 먹었어요.

원래 술을 안 먹는데…원래 한 병으로도 나와요?"
9일 오후 10시 10분께 연말연시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한 경찰의 특별단속이 실시된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인근.
60대 여성 운전자 A씨는 음주 측정 결과 면허 정지 수치가 나왔다는 경찰의 말에 울상이 된 얼굴을 감싸 쥐고 되물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1%. 면허 정지 수준인 0.03%를 살짝 웃돌았다.

그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뒤 충북 음성의 자택까지 운전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만약 이날 단속에 적발되지 않았다면 무려 100km가 넘는 거리를 음주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을 상황이었다.

경찰은 애초 A씨에게 "풍선 불듯이 입에 꽉 무시고 제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불면 됩니다.

더더더더…"라며 측정 방법을 안내했지만 '판독 불가'가 나왔다.

술을 마신 운전자는 측정치를 되도록 낮추려고 음주 측정기에 숨을 세게 불어넣지 않아 반복해서 측정해야 하는 일이 다반사다.

결국 경찰이 건넨 물로 입을 헹구고 5분 뒤 이뤄진 두 번째 측정에서 이 같은 수치가 나왔다.

얼마 뒤인 오후 10시 45분께 30대 남성 B씨가 몰던 승용차에서도 경찰의 음주 감지기에 빨간불이 켜졌다.

B씨를 하차시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0.170%가 나왔다.

면허 취소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8%를 훌쩍 넘는 수치다.

B씨 역시 연말 모임 차 합정동에서 소주 1병을 마시고 동대문구 청량리 집에 가던 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적발된 운전자들을 추후 소환해 조사한 뒤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예정이다.

한밤 음주측정기 불자 단숨에 0.170%…단속 딱 걸린 운전자들
마포경찰서는 이날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경찰 8명을 투입해 합정역 인근 강변북로 진입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였다.

혹시 단속 현장을 보고 피하는 운전자를 잡기 위해 인근 퇴로 두 곳에도 경찰관을 배치했다.

이날 단속은 술자리가 빈번한 연말연시 유흥가를 중심으로 음주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이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7일부터 내년 2월 4일까지 10주간 음주운전 사고 예방 집중 기간으로 정하고 매주 금·토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울 전역에서 일제 단속을 실시한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월평균 2.5건 발생했다.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의 월평균 1.5건에 비해 66.7% 증가한 수치다.

이날 단속에 나선 경찰관은 "음주운전을 단속하고 운전자를 처벌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예방 차원에서 하는 목적도 있다"며 "술자리에 나올 땐 차를 두고 오거나 음주 시 꼭 대리운전을 부르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밤 음주측정기 불자 단숨에 0.170%…단속 딱 걸린 운전자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