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전원이 비(非)체대생…"운동으로 공부 스트레스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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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만난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Green Terrors)의 정진욱 주장(의류학과 18학번)은 우승 필살기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서울대는 지난 2일 오후 경북 군위에서 열린 제63회 전국 대학 미식축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동의대를 19-17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1963년 창단한 서울대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는 1968년부터 1973년까지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그 이후 정상을 재탈환하는 데는 50년이 걸렸다.
서울대 대학생 및 대학원생으로 구성된 그린테러스에는 현재 매니저와 선수를 포함해 45명이 소속돼있는데, 이중 체육 관련 전공 학생은 한 명도 없다.
선수들 모두 평소에는 공부와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평범한 학생들이다.
정 주장은 팀을 우승으로 이끈 소감을 묻자 "선수들이 훈련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각자 시간 관리도 잘하고 의지도 잘 다진 덕분인데 운 좋게도 제가 주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린테러스의 정기훈련은 2시간 30분씩 주 3회 진행되는데, 이번 전국대학 선수권대회 같은 큰 대회를 앞두고는 매일 하루에 2번씩 모여 훈련한다.
오전 9시에 학교 강의가 있는 선수들이 많아 오전 7시에 모여 훈련을 한 뒤 저녁에 다시 모이는 식이다.
그는 "추운 새벽에 일어나서 훈련하고, 학교에 다녀와서 중간에 과제, 시험공부를 한 뒤 저녁 훈련을 다녀오는 빽빽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게 가장 힘들었다"라면서도 "운동할 때 온전히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면 걱정거리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었다"라며 웃었다.

정 주장은 "미식축구는 '필드 위의 체스'라고 불릴 정도로 작전과 공격·수비옵션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며 "다른 대학에는 저희보다 체격조건과 운동능력이 우수한 선수가 많았지만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작전을 잘 수행해나간 덕에 좋은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린테러스에서 가장 몸집이 작은 선수의 키와 몸무게는 168㎝에 57㎏이다.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미식축구 선수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멀지만 달리기가 빨라 팀의 주축 공격수 포지션이다.
코로나19로 대학 생활이 얼어붙었던 기간, 꾸준히 작은 야외 농구장 등 자투리 공간에서 연습을 이어온 것도 오늘날의 그린테러스를 있게 했다고 정 주장은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기간 훈련의 맥이 끊겨버린 대학 미식축구팀들은 전력이 약해진 곳이 많은데 그린테러스는 이 시기를 잘 넘겨 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고 했다.
정 주장은 서울대에 입학한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미식축구부 '그린테러스'에서 선수로 뛰었으며 올해 초부터 팀의 주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미식축구가 대학 시절이 아니면 해볼 수 없는 운동이라고 생각해 팀에 합류했는데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크고 작은 스트레스를 푸는 데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정 주장은 "생활체육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시험 기간에도 하루 종일 공부하는 것보다는 중간에 잠시 운동을 하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던 문제들도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져서 스트레스가 날아간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