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희귀 휴대전화 번호 경매 상황. 사진=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희귀 휴대전화 번호 경매 상황. 사진=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에서 47억원이 넘는 초고가에 희귀 휴대전화 번호가 낙찰됐지만 낙찰자가 후회하며 대금 지급을 거부한 사연이 알려져 중국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현대쾌보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6개의 9자로 끝나는 휴대전화 번호가 지난달 25일 장쑤성 진장경제개발구 법원에서 2614만5892위안(약 47억7000만원)이란 천문학적인 가격에 낙찰됐다.

영원하다는 '주'(久)와 동음이의어인 '9'는 '8'과 '6'과 함께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숫자 중 하나다. 8은 재물이 쌓인다는 '파차이'(發財)의 파와 발음이 비슷하고, 6은 모든 일이 물 흐르듯 순조롭다는 '류'(流)와 발음이 같다.

지난달 말 온라인에서 진행된 이 경매는 보증금 20위안(약 3600원)에 시작가 100위안(약 1만8000원)으로 출발했지만, 720여명이 2893차례나 새로운 가격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른 샤오모씨가 낙찰받았다.

공지에 따르면 낙찰자는 12월 3일 이전까지 대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샤오씨는 마감 시한까지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샤오씨는 "입찰에 잘못 참여해 후회한다"면서 대금 지급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희귀 휴대전화 번호 경매는 법원이 경제사범들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번호를 대상으로 주로 진행된다. 낙찰가 47억원은 중국에서 진행된 휴대전화 번호 관련 경매의 최고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중국에서는 지난해 9월 6자가 9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시작가 1366만위안(약 27억10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으나 보증금 자체가 68만8000위안(약 1억4000만원)에 달해 유찰된 바 있다.

중국 매체들은 경매에 참여했다 마음을 바꾼 샤오씨가 상당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재경매를 통해 낙찰가가 첫 경매보다 낮아질 경우 차액과 수수료 등을 첫 낙찰자가 부담해야 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