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한국경제신문 DB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이 쇼핑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한국경제신문 DB
현대백화점이 MZ세대들에게 각광받고 있지만 주주들의 마음은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더현대서울이 팝업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젊은층이 대거 유입된 반면, 주가는 연중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현대백화점은 5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5만9000원으로 출발한 주가는 지난 8월 7만800원을 고점을 찍은 후 대부분 5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56억원, 70억원 순매수한 반면 기관은 232억원 순매도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3분기 연속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2억원으로 26.8% 감소했고 순이익도 629억원으로 9.2%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냈던데 따른 역기저와 소비침체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 엔데믹으로 해외여행이 늘면서 그나마 남은 소비 여력이 분산된 영향도 컸다.

네이버 종목토론실에서 현대백화점 주주들은 '주말마다 현대백화점 매장에 사람은 많은데 주가는 왜 이 모양이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더현대 서울은 백화점을 단순히 쇼핑의 공간으로 보지 않고 쇼핑을 통한 힐링의 공간으로서 콘텐츠를 채우고 팝업스토어로 계속적인 변화를 줘 MZ들의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은 2021년 2월 오픈 이후 2년간 팝업스토어를 321회 진행했다. 일주일에 2~3번 매장을 바꾼 셈이다. 이를 통해 30대 이하 방문객을 눈에 띄게 늘릴 수 있었다.

더현대 서울의 20~30대 고객은 전체 고객 중 65% 이상이고 매출 비중 또한 55% 수준이다. 더현대서울을 제외한 현대백화점 점포의 20~30대 고객 매출 비중이 약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세대 비중이 높아 객단가가 낮은 점은 향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2022년 백화점 월별 평균 객단가는 12만6261원이었는데 더현대 서울의 객단가는 2만1590원으로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백화점 업계 내 인건비와 전기료, 수도광열비 등 유틸리티 비용이 크게 올랐다"며 "높아진 비용은 내년에도 지속돼 주가를 잡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현대서울 전경./사진=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 전경./사진=현대백화점
일부 주주들은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의 주가부양 정책에서 현대백화점은 제외됐다며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데 이어 그룹 계열사인 한섬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결의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내년 2월 2일까지 자기주식 49만 2600주를 장내 매수한 뒤 기존에 취득한 자기주식 73만 8900주를 포함해 총 123만 1500주를 내년 2월 내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총 발행 주식 수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앞서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지난 9월 자사주 649만5431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발행주식 총수의 4%에 해당하는 규모다.

자사주 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으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거나 매입을 통해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해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주식 총수가 줄어들면 주주들이 보유 중인 기존 주식의 가치는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부문 매출이 2023년 들어 경쟁사들 대비 우월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투자자들 사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고정비 급증의 여파를 피해가진 못한 가운데 4분기 들어서는 면세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마저 급격히 악화되면서 주가는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상황이다.

올해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실질 구매력 하락으로 극단적 소비가 이어진 한해였다. 올해 상반기부터 금리가 정점을 찍고 소비환경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높아진 금리 수준에 따른 불리한 소비환경은 내년에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되지만 내년 실적 추정치 하향은 불가피하다며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기존 9만원에서 7만7000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했고 이밖에 KB증권(8만원→7만5000원), 신한투자증권(8만원→7만5000원), 한화투자증권(11만원→9만1000원) 등도 조정했다.

4분기는 대전점 기저와 중국인 수요 회복에 따른 면세점 매출 성장, 백화점 외국인 비중 확대에 따른 기여도 확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다만 내년은 소비경기 악화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 증가와 인플레이션 가중으로 소비여력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며 "지누스와 시내면세점 실적 개선이 기존 추정치에 못 미침에 따라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