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은식 디케이락 회장 "피팅·밸브, 이달 삼성전자 테스트…美 반도체·방산 적극 공략하겠다"
“모든 산업 현장에서 피팅·밸브를 꼭 사용합니다. 미국 반도체와 자동차, 방위산업 시장 공략 강화로 피팅·밸브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겠습니다.”

노은식 디케이락 회장(사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서른 살에 사업을 시작해 일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의 손가락은 세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처음 돌파한 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에 도전하는 그를 지난 10일 경남 김해 본사에서 만났다.

노 회장은 “디케이락은 계량용 피팅과 밸브 생산을 37년간 주력 사업으로 삼았다”며 “땅에서 하늘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는 제품들로, 인체로 따지면 실핏줄 같다”고 했다. 피팅은 배관을 수평·수직으로 연결해주는 장치다. 밸브는 유체 흐름을 조절하고 여닫는 장치다. 두 제품은 해양 플랜트, 원자력, 압축천연가스(CNG) 및 수소용 자동차 산업, 반도체, 항공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노 회장은 최근 5년간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했다고 소개했다. 2018년 연결 기준 매출 665억원, 영업이익 59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099억원, 영업이익 114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각각 65%, 93% 급증했다. 디케이락은 매출의 70%가 수출에서 나온다. 47개국에 117개 대리점을 두고 있다.

회사 측은 올해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이를 달성하면 37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노 회장은 신성장 동력으로 반도체용 피팅·밸브를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용 피팅·밸브 퀄 테스트(장비 등록 전 신뢰성 검사)가 이달 마무리된다”며 “이렇게 되면 램리서치,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대형 글로벌 반도체 장비업체와의 협상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0억원 정도였던 반도체 피팅·밸브 매출이 내년 150억~200억원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노 회장은 “삼성전자, 인텔, TSMC 등이 공장 증설을 계속하고 있다”며 “2025년 반도체 피팅·밸브 매출 400억원을 예상한다”고 했다.

반도체 부문 성장으로 내년 회사의 전체 매출은 1300억원, 영업이익은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케이락은 수소 사업과도 관련이 있다. 수소 전기버스 한 대에 14~15종의 디케이락 제품이 들어간다. 현재 300대가 안 되는데, 사측은 친환경 정책으로 수년 내 2000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케이락은 일진하이솔루스와 거래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에도 피팅·밸브를 납품한다.

주가는 뒷걸음질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13일 8920원으로 전고점인 지난 7월 4일(1만2180원)에 비해 26.7% 하락했다. 주주환원정책을 묻자 노 회장은 “실적이 좋아지고 이익이 많이 나면 당연히 배당금도 상향하는 게 맞다”며 “지속 성장 시 현금 배당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케이락은 상장 후 13년간 현금 배당을 했다.

김해=글·사진 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