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왼쪽 두 번째),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소장(세 번째)이 지난달 31일 기자설명회에서 초거대 AI ‘믿음’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왼쪽 두 번째),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소장(세 번째)이 지난달 31일 기자설명회에서 초거대 AI ‘믿음’을 설명하고 있다. KT 제공
‘3년 내 1000억원 매출.’

KT가 지난달 31일 자체 개발한 초거대 인공지능(AI) ‘믿음(Mi:dm)’을 내놓으며 제시한 목표다. 경량부터 초대형까지 기업이 규모와 목적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로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믿음은 기업이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가져다 쓸 수 있는 LLM이다. 업계 최초로 조단위 데이터 사전 학습을 완료한 게 특징이다. 창작, 요약, 추론, 번역 등이 가능하다. KT 관계자는 “오픈AI, 구글 등 빅테크가 주도하는 ‘범용 LLM’이 아니라 기업용 ‘프라이빗 LLM’ 시장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믿음은 베이식, 스탠더드, 프리미엄, 엑스퍼트 4종으로 나뉜다. 70억파라미터(매개변수)부터 2000억파라미터까지 다양한 종류의 LLM을 골라 쓸 수 있다. 접속은 전용 포털 ‘KT 믿음 스튜디오’를 통해 이뤄진다. 기업은 해당 모델을 미세조정하면서 사업화·서비스화하면 된다.

최준기 KT AI·빅데이터사업본부장은 “기업을 상대로 초거대 AI 대중화 시대를 열 것”이라며 “3년 내 1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국내 프라이빗 LLM 시장에서 두 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3000억원 수준인 국내 프라이빗 LLM 시장 규모가 2026년께 8000억~90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KT는 네이버, SK텔레콤, LG, 엔씨소프트 등 앞서 자체 LLM을 선보인 경쟁사들과의 차별화 포인트로 ‘30% 낮은 가격’을 내세웠다. 리벨리온의 AI 반도체를 적용해 추론 속도를 세 배, 전력효율을 여섯 배 높여 구축 비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생성 AI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은 최대 70% 낮췄다.

KT는 믿음을 앞세워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지난달 19일엔 태국 정보통신기업인 자스민그룹과 함께 ‘태국 전용 LLM’을 공동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초거대 AI가 해외에 진출하는 첫 번째 사례다. 이들은 내년 하반기 믿음을 뼈대로 태국어에 특화한 LLM을 완성하기로 했다. 이후 동남아시아 전용 LLM 사업 모델을 발굴해 공동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KT 측은 “경쟁력 있는 초거대 AI로 글로벌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했다.

업계에선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간 LLM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자체 LLM은 물론 제휴를 맺은 국내외 LLM까지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AI를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네이버도 AI를 활용한 업무 툴 ‘프로젝트 커넥트X’ 같은 B2B 솔루션과 기업이 자체 AI를 구축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함께 내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