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객 맞춤 서비스
맞춤형 서비스는 ‘고급’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나만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맞춤형 서비스가 모든 걸 고객한테 맡긴다는 말은 아니라는 점이다.

집을 건축한다고 가정해보자. 디자인과 성능은 보통 상충하는 가치다. 예를 들어 세련된 유리 통창 거실을 원하는 집주인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단열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집주인과 설계사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서 맞춰 나가겠지만, 만약 전문가인 설계자가 집주인의 요구 사항을 무분별하게 들어준다면 집주인은 살면서 여러 불편을 느낄 것이다.

여기서 설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다. 사업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맞춰주되 이 요구 사항이 어느 정도 이상의 성능을 충족할 수 있다는 대전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고객은 자신이 요구한 사항이 자신의 환경에 맞지 않는다면 사업자가 알려줄 것이라고 암묵적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사업자는 고객이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 고객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것이 때로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사업자는 고객보다 전문가로서 객관적 판단에 의해 해당 요소의 필요성을 따져보고 상황에 따라서는 고객을 설득해야 할 수도 있다. 얼핏 당연하게 들리지만, 논의를 지속하다 보면 고객이 원하는 쪽으로 휩쓸리기 쉽다. 고객과 대치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객이 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예시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공지능(AI)을 살펴보자. 대부분 고객이 자사만을 위한 AI를 아예 초기 단계부터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업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맞춤형 AI 솔루션을 위해 반드시 초기 단계부터 개발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IBM의 경우 ‘왓슨x’라는 플랫폼에서 다양한 AI 모델을 제공하고 있고, 기존 모델의 미세조정만을 통해서도 비교적 단시간에 높은 성능의 솔루션을 이끌어낼 수 있다.

비록 솔루션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것이 사업자에게 더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라고 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 왓슨x 플랫폼을 활용하는 선택지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면, 이를 안내하고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아닐까?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자세다.

최근 유행하는 맡김차림은 사실 셰프가 구성한 코스대로 서비스하는 것이므로 나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맡김차림 레스토랑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손님도 대부분 만족한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사업자와 고객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모두 만족할 수 있게 상황을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