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최초로 국내 유일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맡아
"전설적 산악인과 대화, 다채로운 공연까지…최고의 산악영화제 준비"
엄홍길 "가을 울산 영남알프스와 산악영화가 최고의 감흥 선사"
"이 가을 영남알프스가 품은 간월재 억새평원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을 뽐내죠. 그 천혜의 가을 산을 배경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일은, 산과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할 겁니다.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인 엄홍길, 그는 20일 개막한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집행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영화계나 문화가 인사가 아닌, 산악인이 영화제를 총괄 지휘하는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산악인 출신의 집행위원장이 준비한 산악영화제에 대한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는 시선도 있다.

엄 집행위원장 역시 "워낙 중책이라 제안받았을 때 고민이 있었다"라면서도 "산악문화의 특성과 영화제의 축제성을 잘 접목하겠다"고 2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각오를 다졌다.

엄 집행위원장은 히말라야 8천m 이상 고봉 16좌를 완등한 산악인이다.

그는 프레페스티벌 홍보대사로 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2018∼2022년에는 이 영화제 명예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제8회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0∼29일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와 태화강 국가정원 일원에서 개최된다.

36개국 151편에 이르는 산악·자연·환경 영화들과 다양한 체험 행사가 관객을 맞이한다.

엄홍길 "가을 울산 영남알프스와 산악영화가 최고의 감흥 선사"
다음은 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영화인이 아닌 산악인으로서 첫 집행위원장이 됐다.

영화제를 준비한 각오가 남다를 텐데.
▲ 우리나라에 산악영화제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참 반가웠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홍보대사를 시작했다가 이제 집행위원장이 됐다.

처음 영화제 사무국에서 집행위원장을 제안했을 때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도 배창호 전 집행위원장께서 영화계 쪽으로 입지를 확고히 해주셨고, 저는 산악인으로서 영화제 발전을 위해 또 다른 할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수락했다.

다른 나라 산악영화제는 산악인들이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 산악문화의 특성과 영화제의 축제성을 잘 접목해 보고자 한다.

--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의 경향이나 특징은.
▲ 36개국의 151편이나 되는 영화 중에는 진정한 산악영화도 있고, 청소년들의 도전정신을 북돋우는 영화들과 순수하고 맑은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

따라서 8회 영화제의 경향을 하나로 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영화제 프로그램의 가장 큰 변화는 기존 파노라마 섹션을 산, 자연, 인간 섹션으로 바꾼 것이다.

산 섹션은 전설적인 선배 산악인들과 젊은 산악인들, 산악스포츠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주제로 의미 있는 작품들을 모아 소개한다.

자연 섹션에서는 자연의 소중함을 지키고 탐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인간 섹션은 작은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감독과 영화들을 소개하고, 전 세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보여준다.

영화를 선택할 때 섹션을 먼저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는 보통의 상영관이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접하기 힘든 영화들을 자연 속에서, 큰 스크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엄홍길 "가을 울산 영남알프스와 산악영화가 최고의 감흥 선사"
--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영화 상영 외에 다양한 체험이나 공연 프로그램으로 유명한데, 간략히 소개한다면.
▲ 영화제의 핵심은 단연 상영하는 영화 작품이겠지만,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을 위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을 준비했다.

김창완 밴드, 이승환, 다이나믹 듀오, 이무진 등 대중가수들과 폴란드 재즈 음악, 매년 영화제와 함께하는 피아니스트 진수영, 그리고 울산지역 구·군 문화재단이 마련한 공연 등을 만날 수 있다.

건강과 자연을 주제로 한 하이킹, 파쿠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가족들이 방문한다면 샌드아트 체험을 추천한다.

-- 올해 영화제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 코로나19 종식 이후 전 세계 많은 산악인과 영화인들이 영화제를 방문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었다.

특히 올해 영화제를 찾는 전설적인 산악인들이 많은데, 울산울주세계산악문화상 수상자인 스티븐 베너블스를 비롯해 아시아인 최초로 황금피켈상을 받은 일본의 등반가 야마노이 야스시, 세계적인 산악영화 촬영감독 크리스 알스트린 등이 한국의 관객을 만나고자 울주를 방문한다.

올해 초 아시아 여성 최초로 남극점 무지원 도달에 성공한 김영미 산악인도 만날 수 있다.

영화제를 통해 산악계의 전설들과 직접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 2년간 봄으로 옮겼던 영화제 개최 시기를 다시 가을로 옮겼다.

그 이유와 기대 효과는.
▲ 가을에 울주에서는 울주 오디세이,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 대회, 전국 MTB 대회 등 다양한 산악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들과 함께 영화제를 개최해, 울산 영남알프스를 전국을 대표하는 산악문화 허브로 만들어 나가는 데에 힘을 모으려는 의도가 가장 큰 이유다.

보다 감성적으로 말해보자면, 아시다시피 가을은 산에 오르기 가장 좋은 계절이다.

가을 색이 샛노랗게 물든 영남알프스, 특히 간월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억새 평원이나 단풍과 함께 산악영화를 즐긴다는 것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흥과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엄홍길 "가을 울산 영남알프스와 산악영화가 최고의 감흥 선사"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인으로서 볼 때 울산 영남알프스는 어떤 매력이 있나.

▲ 기준점 이상의 숫자가 모여 있어야 알프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영남알프스는 해발 1천m 이상 9개 산이 수려한 산세와 풍광을 자랑하며 유럽의 알프스와 견줄 만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영남알프스 9봉 중 신불산, 가지산, 천황산을 포함한 재약산, 운문산 등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할 정도로 계절마다 특색이 있고 영험한 기운을 가졌으며,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의 울타리이기도 하다.

현재 간월재 억새평원은 이 가을 국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하고 있으니, 이번 영화제를 방문한 관객들이 영화도 보고 가을 산도 즐기시기를 바란다.

-- 영화제를 기다린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올해 제8회 영화제는 우리를 힘들게 했던 코로나19 시기 이후 본격적으로 치러지는 첫 영화제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했고, 열심히 준비했다.

이 가을,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산·자연·인간을 담아내는 영화 한 편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영화제에서 뵙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