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동 이마트./사진=한경DB
서울 창동 이마트./사진=한경DB
이마트 주가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바닥을 딛고 올라올 때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대형할인점 사업 자체가 구조적 어려움에 봉착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선 이마트 신임 대표로 낙점된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의 주가는 7만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올해 들어 주가는 27.2% 급락했다. 2조6430억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1조987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4일 장중 6만8500원을 기록하며 상장 후 최저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마트의 최고가는 2017년 3월 2일 기록한 32만3500원이다.

이마트 주가 하락을 주도한 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다. 올해 초부터 12일까지 외국인은 642억원, 기관은 533억원을 팔아치웠다. 개인은 홀로 1180억원을 주워 담았다. 국내 증시의 '큰손' 국민연금도 3분기엔 이마트 비중을 7.9%에서 6.87%로 줄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이 증권사를 통해 이마트에 투자한 2만1277명의 평균 손실률은 41.81%다. 수익을 낸 투자자의 비율은 0%에 가까웠다. 이마트 주식을 산 대부분의 투자자가 쓴맛을 보고 있는 셈이다.

실적 악화에 주가 지지부진공격적 M&A로 재무구조 악화

주가가 맥을 못 추는 건 실적의 영향이 크다. 1분기 영업이익은 137억원으로 전년 대비 60% 감소하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냈고, 2분기에는 530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2분기 순손실은 1032억원에 달했다. 할인점(이마트)과 트레이더스 매출이 부진했고 신세계건설이 지난 2분기 원가율 상승으로 큰 폭의 영업적자를 냈다. SCK컴퍼니(스타벅스)도 원가 부담에 감익이 이어졌다.

최근 편입된 계열사들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마트는 최근 3년간 이베이코리아(현 G마켓), 스타벅스코리아, 더블유컨셉코리아, SK와이번스(SSG랜더스) 등의 지분을 인수하며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썼다. 하지만 스타벅스를 제외한 계열사들은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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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투자로 재무구조는 악화했다. 2분기 말 기준 이마트의 순차입부채는 9조1983억원에 달했다. 2020년 말(4조2632억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2020년 말 112.8%였던 부채비율은 2분기 말 기준 143.6%로 증가했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이마트의 이자보상배율은 2년 연속 기준선 '1'을 밑돌았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1'을 밑돌면 영업이익으로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금리 인상의 여파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주요 사업 부문이 일제히 부진을 겪으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현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0.2배 밑돌며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지만, 실적 측면에서 바닥이 확인된다면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1079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7.07% 늘어난 수치다. 다만 시장에선 비관적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유통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어 대형 할인점이 이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에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 A씨는 "대형마트가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지 30년이 지났다"며 "현재 소비 트렌드에 맞게 점포를 리뉴얼해야 하는데, 리뉴얼을 하면 문을 닫아야 하니 단기 실적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세, 인건비 등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매출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마진이 개선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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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휴무일 관련 규제가 개선되더라도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봤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고, 자정부터 익일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A씨는 "대형마트 외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다"며 "규제가 해제돼도 대형마트가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리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진은 칼을 빼들었다. 예년보다 빨리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쇄신에 나섰다. 한 대표는 신세계 그룹 내에서 '재무·기획통'으로 꼽힌다. 2019년 조선호텔앤리조트 사령탑에 오른 뒤 만성 적자에 시달린 기업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등 3개 회사 대표를 겸직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영진이 신세계 그룹의 분위기 반전, 이마트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한 대표를 내정했다고 설명했다. 김종갑 인천재능대 유통물류과 교수는 "이마트 대표를 교체하며 신세계 그룹 전반에 일종의 '충격요법'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를 통합해 혁신 체제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계열사를 연계한 '옴니버스 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하는 등 소비자의 편의성에 맞춰 서비스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문가 "'통합 MD 체제','옴니버스 채널' 구축하면 실적 반등할 것"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영 체제 변화로 이마트도 롯데쇼핑과 같은 '통합 MD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의 매출액 합은 20조원에 육박하기에 매출총이익률(GPM) 1%포인트만 개선돼도 200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롯데쇼핑은 2021년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슈퍼부문을 겸임하면서 마트와 슈퍼 MD 부문을 통합했다. 이후 롯데쇼핑 그로서리 부문 바잉 파워(구매력)가 커지며 매출총이익률(GPM)이 전년 대비 2%포인트 개선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신세계프라퍼티-SSG닷컴-G마켓을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로 묶어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하반기 이마트 리뉴얼 효과가 나타나면 실적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 비율에 대해선 "별도 기준 이마트의 차입금은 감소하는 추세"라며 "자산 효율을 극대화하고, 기존 보유한 자산을 디지털화하기 위해 유형 자산을 매각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부채비율과 유동성 부분을 면밀히 주시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