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도 고요…원·달러 환율 하락한 이유 [한경 외환시장 워치]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이스라엘 폭격으로 지난 8일(현지시간)부터 양측간 무력 충돌이 시작되자 외환시장에도 '전운'이 감돌았다. 연휴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국내 외환시장에 반영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뚜껑이 열린 10일, 외환시장은 고요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보합권에서 장을 마쳤다.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40전 내린 1349원50전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연휴 직전 기록한 1349원90전에서 1원50전 하락한 1348원40전으로 개장했다. 오전 중 1343원대까지 밀렸지만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오후 중 1350원대로 올라가기도 했다.

전쟁 우려에도 환율 영향이 적었던 것은 이번 사태의 여파를 시장이 아직 관망하는 단계이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무력 충돌이 본격적인 전쟁으로 이어질지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관계자가 무조건적인 휴전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각국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는 등 확전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중동전쟁 수준으로 확전할 경우엔 전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유가가 급등해 세계경제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퍼진 것도 이날 환율 안정세에 영향을 줬다. 미국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것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주 한 연설에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현 수준으로 높게 유지되면 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Fed의 긴축 기조가 완화하면 위험자산인 원화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가치가 상승해 환율이 내려간다. 실제 이같은 발언의 영향으로 달러인덱스는 9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 대비 0.05% 내린 106.08로 마감했다.

정부는 당분간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주시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모로코 마케라시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인 이날 오전 금융시장·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모니터링을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교전 사태에 대응해 "국내외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한편, 관계기관 공조 하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7원7전이다. 전 거래일 같은 시간 기준가 906원43전에서 64전 올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