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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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개방형) 반도체 설계 기술인 '리스크파이브(RISC-V)'가 미·중 기술 전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 기업들이 고성능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요구가 미국 정치권에서 나오면서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하원 마이클 맥카울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중국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은 리스크파이브를 대중국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리스크파이브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명령어 집합 구조(아키텍처)다. 스마트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필요한 반도체를 만드는 데 쓰인다.

ARM, 엔비디아 등 반도체 설계사들이 자사 아키텍처를 라이센스 비용을 받고 판매하는 반면 리스크파이브는 무료로 배포된다. 교육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UC버클리 컴퓨터공학과 연구진들이 2010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전 세계 연구진이 자발적으로 개발을 돕고 있다.

미국 정치권은 이 기술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맥카울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지적 재산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을 우회하기 위해 리스크파이브를 남용하고 있다"라며 "미국인은 수출통제법을 약화하는 중국의 기술 이전 전략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이 조치를 하지 않으면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리스크파이브 기술은 스위스에 있는 리스크파이브 국제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상무부 출신 수출통제 전문 변호사인 케빈 울프는 "오픈소스 기술을 규제하는 일은 드물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했다.

다만 수출 통제가 이뤄질 경우 미국 기업의 출혈도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 반도체 설계사 퀄컴은 리스크파이브에 기반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NXP, 보쉬 등과 협력하고 있다. 구글은 자사가 개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리스크파이브 반도체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보완하기 위해 조만간 추가 규제를 조만간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