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에서 고물가, 경기 침체의 결정적 원인으로 ‘브렉시트’가 지목되면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해지고 있다. 브렉시트와 후회를 뜻하는 ‘리그렛(regret)’을 합성한 ‘브레그렛(bregret)’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인 노동당을 중심으로 ‘브렉시트 재협상론’이 대두되고 있다.

올해 6월 영국 여론조사업체 모어인커먼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만약 EU(유럽연합) 재가입 투표를 한다면 어떤 의견이냐’는 질문에 ‘탈퇴한 채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42%, ‘EU에 재가입해야 한다’는 58%였다. 브렉시트 당시 국민투표에서 탈퇴 찬성 51.9%, 탈퇴 반대 48.1%와 약 10%포인트씩 차이가 나는 결과다.

이런 여론을 반영해 제1야당인 영국 노동당은 내년 말로 예정된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EU와 브렉시트 재협정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지난달 17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보리스 존슨 보수당 대표가 타결한 브렉시트 협정은 좋은 협정이 아니라는 점을 거의 모든 사람이 인정한다”며 “2025년이 되면 우리는 영국을 위해 더 나은 협정을 맺으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우선 EU와의 무역에서 국경 검역 규제 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부 여론이 계속해서 나빠지자 노동당이 브렉시트 재협상을 ‘정치적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는 해석이다. 브렉시트, 고물가, 경기 침체 등에 대한 책임론으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보수당에 비해 15~20%포인트 앞서고 있다.

EU의 수장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도 영국 내부 여론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EU와 영국의 연결고리를 강화할 ‘EU 라이트(lite)’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U 재가입은 아니면서도 각종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이른바 ‘미니 EU’ 방안이다. 이미 학자,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단체에 용역을 발주해 보고서도 작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리시 수낵 총리는 미니 EU 방안에 부정적 입장이지만 향후 여론 및 총선 결과에 따라 재협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런던=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