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작가의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전남 지역 26명의 미대생들과 3개월여 협업
바다에 버린 부표와 스티로폼 조각들 건져 작업
"플라스틱은 제 2의 자연" 주장하는 작가의 신작
"인간이 만들고, 자연이 깎고, 나는 발견한다"
오는 12월 31일까지 로비 및 1~2 전시실서
"그거 돌 아니에요, 이 근처 바닷가에서 모아온 스티로폼입니다."
"여름 내내 전남의 서쪽 남쪽 해안을 샅샅이 훑었어요. '여기 있는 쓰레기를 다 치우자'는 마음으로 모은 뒤 작품에 쓰일 수 있는 것들을 골라 씻고 닦았죠. 다른 작업은 하지 않았고요."
그렇게 모은 대형 스티로폼 조각들은 바닷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모양도, 그 안에 새겨진 문양도 제각각이다. 최 작가에겐 플라스틱과 콘크리트도 제 2의 자연이다. 플라스틱도 결국 자연의 자료로 '자연을 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재료이기 때문이다. 코끼리 상아를 보호하기 위해 당구공을 플라스틱으로 만들게 됐고, 거북이 등껍질을 덜 쓰기 위해 안경과 머리빗을 플라스틱 합성 재료로 만들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예술의 근원이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예를 들어 시장에서 쓰는 바구니, 빨래판, 양철 냄비, 리어카와 플라스틱 의자) 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누군가 잘 쓰다 버려진 바다 위의 쓰레기들에 눈을 돌렸다. 대학생들과 작업할 때도 '쓰레기 수거'라는 말 대신 '보물 채집'이라는 언어를 썼다.
"배추 스스로는 김치가 될 수 없죠. 그 안에 들어있는 무수한 양념과 재료들, 시간과 공기까지 상호작용하면서 결국 김치가 되니까요."
최정화의 예술은 '올바른 편견'과 '객관적 실천'으로 압축된다. 그가 대한민국의 '아줌마'들, 시장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로부터 배운 예술관이다. 이날 전시 오프닝에 이어진 컨퍼런스에 참석한 학생들은 "생각을 깨는 시간이었다. 그 동안 배웠던 것들에 대한 자기 반성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는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하려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남쪽으로 향했던 걸까.
"과연 자연이 보호해야 할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 아닐까요. 너와 나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고, 결국 그 중심은 흐른다는 것을요. 얽히고 설킨 우주에서 이분법적인 사고를 조금 벗어던지고 자연스럽게 울리고 흔들리는 그 중심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광주=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