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루기 남자 80㎏급 금메달…"우리 태권도 높게 평가받는 한 걸음"
[아시안게임] 태권도 중량급 인물 없다고?…박우혁이 강조한 '종주국 자부심'(종합)
항저우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남자 80㎏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우혁(삼성에스원)은 태권도 '종주국' 선수다운 자부심을 보였다.

자신의 우승 덕에 우리나라 태권도의 위상을 조금이라도 높였다는 사실이 박우혁에게는 가장 뜻깊다고 한다.

박우혁은 2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남자 80㎏급 결승에서 세계 정상급 강자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를 라운드 점수 2-0(8-4 6-5)으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박우혁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내 명예보다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우리나라 태권도가 다시 한번 높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 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우리나라 태권도는 정말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정말 최선을 다하면 적수가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좋은 선수가 정말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응원해주신 덕에 1등을 할 수 있었다"며 "가능하면 국민들께 받은 성원을 돌려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태권도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박우혁의 우승 덕에 우리나라는 대회 시작 후 '금빛 행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태권도 종목에서 대회 시작일인 24일부터 4일 연속으로 금메달을 챙기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24일 강완진(홍천군청)·차예은(경희대)이 품새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고, 겨루기 종목 첫날인 25일 장준(한국가스공사·남자 58㎏급)에 이어 26일에는 박혜진(고양시청·여자 53㎏급)이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태권도 중량급 인물 없다고?…박우혁이 강조한 '종주국 자부심'(종합)
이번에 금메달을 따면서 박우혁은 우리나라 중량급의 기대주로서 위상을 또 한번 굳혔다.

우리나라가 아시안게임 이 체급(2006년 도하 대회까지는 78㎏급)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02년 부산 대회 오선택 이후 21년 만이다.

자신의 체급에 한동안 '간판급 선수'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 관해 묻자 박우혁은 한숨부터 쉬었다.

그러면서 "이 체급에 좋은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그런데 그저 지금 날개를 펴지 못한 것뿐"이라며 "모든 선수가 이런 큰 대회에 나오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뿐만 아니라 다 잘할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박우혁은 이날 우승으로 지난 25일 겨루기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개최국 중국에 진 아쉬움을 털었다고 했다.

다만 팀원 중 자기 혼자서만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난 것 같아 미안한 기색도 보였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혼성 단체전에 박우혁은 김잔디(삼성에스원), 서건우(한국체대), 이다빈(서울시청)과 팀을 꾸려 출전, 결승까지는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중국 팀(추이양, 쑹자오샹, 쑹제, 저우쩌치)에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자국 팬들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 팀은 1라운드를 21-30으로 뒤졌지만, 이후 저돌적으로 공세를 펴며 주도권을 잡더니 결국 84-77로 이겼다.

이 경기 후 박우혁은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취재진 앞에서 분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판정에 대한 질타와 함께 "실력으로 졌으면 우울했을 텐데 그게 아니다"라고까지 말한 데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크게 작용했을 터다.

[아시안게임] 태권도 중량급 인물 없다고?…박우혁이 강조한 '종주국 자부심'(종합)
이때 박우혁이 품었던 독기는 이틀 후 개인전 우승과 함께 해소됐다.

경기 직후 치열하게 발차기를 주고받은 엘샤라바티에게 다가가 '브이 세리머니'를 하는 등 밝고 장난기 많은 청년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박우혁은 "나만 (아쉬움을) 털어낸 게 또 아쉽다.

(김)잔디 누나나 (서)건우도 우리 팀원"이라며 "잔디 누나가 오늘 8강에서 져서…나 혼자 우승한 게 또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박우혁과 함께 개인전에 출전한 김잔디는 여자 67㎏급 8강전에서 베트남의 박 티 키엠에게 라운드 점수 0-2(2-7 4-9)로 패해 일찍 발길을 돌렸다.

박우혁은 "아직 내가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못 땄다.

거기 출전할 수 있도록 남은 그랑프리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려 한다"며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