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마이스키 '천재들의 재회'… 투박한 앙상블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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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나 & 미샤 마이스키 with 디토 오케스트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협연
팔 무게로 활 컨트롤…강렬한 음색 뽑아내
각 선율에 풍부한 색채 덧입혀…입체감 有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디토 오케스트라, 다소 산만한 인상 남겨
셈여림, 악상 비약적 변화…응집력 약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b단조 협연
팔 무게로 활 컨트롤…강렬한 음색 뽑아내
각 선율에 풍부한 색채 덧입혀…입체감 有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디토 오케스트라, 다소 산만한 인상 남겨
셈여림, 악상 비약적 변화…응집력 약해

오후 5시.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 무대로 걸어 나온 마이스키는 의자에 앉자마자 고개를 들어 장한나에게 눈짓을 보냈다. 연주를 시작하자는 신호였다. 그렇게 그가 들려준 곡은 ‘첼로 협주곡의 황제’로 불리는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b단조. 그의 고향인 체코의 슬라브 문화와 당시 체류 중이었던 미국의 민요 정신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마이스키는 과도한 힘을 주기보단 팔의 무게만을 이용해 활을 현에 밀착시키면서 드보르자크 특유의 강렬한 음색을 뽑아냈다. 그는 현에 가하는 장력, 보잉(활 긋기) 속도, 비브라토 폭 등을 예민하게 조절하면서 어떤 때는 파도가 몰아치는 듯한 격렬함으로, 어떤 때는 향수가 깊게 배인 애절함으로 드보르자크의 서사를 풀어냈다. 자칫하면 지루하게 들릴 수 있는 단순한 선율에도 하나하나 풍부한 색채를 덧입히며 만들어내는 입체감, 왼손과 오른손을 긴밀하게 움직이면서 일으키는 유선형의 자연스러운 울림은 그가 ‘왜 대가로 불리는지’ 새삼 일깨워줬다.

2부는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으로 채워졌다. 장한나의 확신에 찬 지휘에 단원 전체가 집중하려는 모습은 좋았으나, 프로젝트 악단이 흔히 그렇듯 베토벤 특유의 장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사운드와 음향적 입체감을 살려내는 데엔 한계가 있었다. 전체적인 음량은 큰 편이었으나 소리가 하나로 모여드는 응집력이 약하게 형성됐고, 현악과 목관의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게 연주하는 기법)은 견고한 편이었으나 작품의 전경과 후경을 담당하는 악기군의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다소 산만한 인상을 남겼다.
셈여림, 템포, 악상 변화가 점진적이기보단 비약적으로 이뤄졌는데 이 때문에 1악장 ‘비극적인 운명의 동기’에서 4악장 ‘승리를 쟁취한 희열’에 도달하기까지의 음악적 장관이 면밀히 연출되지 못한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이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단연 마이스키의 연주였다. 시뻘게진 얼굴을 타고 흐르는 땀을 연신 닦으면서도 한음 한음에 자신의 모든 혼을 쏟아내던 그의 모습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음악가의 자격’을 몸소 보여주는 듯했다. “언제 어디서든, 무슨 곡이든 한나 너와 함께라면 좋다.” 2012년 장한나가 마이스키에게 협연 의사를 물었을 때 받은 답이다. 서로에 대한 끈끈한 음악적 신뢰를 지닌 두 사람의 음악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연주였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