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 방송 타며 인기…동물단체 "봉사신청 50% 늘어"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장거리 해외여행이 늘면서 이국 땅 반려인에게 입양견을 데려다주는 이동봉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개농장이나 번식장 같은 곳에서 구조됐지만 국내에 마땅한 입양처를 찾지 못해 외국으로 향하는 유기견들을 해외여행 가는 비행기에 함께 태우는 것이다.

유기견을 입양해 기르는 직장인 어윤아(32)씨는 지난해 말 예능프로그램 '캐나다 체크인'에서 가수 이효리가 이동봉사를 알리는 걸 보고 관심이 생겼다.

마침 이달 미국 뉴욕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한 그는 평소 알고 있던 동물 관련 단체 2곳에 연락해 이동봉사를 신청했다.

어씨는 뉴욕행 비행기 표를 예매하면서 강아지 2마리 자리도 함께 마련했다.

뉴욕 공항에서 세관 서류제출을 마치고 위탁수화물로 데려간 강아지들을 새 주인에게 넘겨줬다.

어씨는 "동물 복지에 관심이 많지만 보호소 봉사활동 같이 직접 행동하기가 쉽지는 않다"며 "여행·출장에 최소한의 노력만 더하면 보호소에서 기약 없이 보금자리를 기다리는 동물의 새 삶을 도울 수 있어 이동봉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해외 이동봉사 경험담을 나누거나 방법을 묻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누리꾼은 "모르는 사람의 수하물을 대신 보내는 걸 함께 간 가족이 내켜 하지 않았고 검역과 세관도 불안했다"며 "그런데 뉴욕에 도착해 애완견을 바라보는 출입국 직원의 따뜻한 눈빛과 입양자가 첫 아이를 만난 듯 기뻐하는 모습이 감동 그 자체였다"고 적었다.

동물권단체 케어는 최근 미국·캐나다·유럽으로 향하는 이동봉사 신청이 한 달에 10건 넘게 접수된다고 전했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해외 이동봉사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매체 영향이 확실히 크다.

지난해 말 이효리 씨 방송 이후 신청이 5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동물권행동 카라에는 지난해 모두 435건의 이동봉사 신청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일정과 항공사 조건 등이 맞는 141건이 성사됐다.

카라 관계자는 "해외 이동봉사 신청이 미디어에 나오고 코로나19가 풀려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많아지면서 예전보다 신청이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