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펀드 규제 시동…'무늬만 AI 펀드' 사라진다
미국에서 펀드명과 실제 투자 자산의 성격을 일치시키도록 하는 규제가 발효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일(현지시간) “앞으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의 사기성 마케팅을 단속하겠다”며 관련 규칙을 의결했다.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규제 대상이다. 앞으로 성장, 가치, 인공지능(AI) 등의 단어를 상품명에 포함하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표방한다고 광고하는 펀드와 ETF는 운용자산의 80%를 이에 일치시켜야 한다. 미국의 전체 펀드 가운데 이번 규제를 적용받는 대상은 76%에 달한다.

SEC는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특정 용어에 관한 정의를 미리 설정해 투자자에게 ‘80% 기준’을 어떻게 준수할 계획인지 설명하도록 했다. 같은 용어라도 펀드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펀드에 주식·채권 등 유형을 뜻하는 단어 사용만 규율하고, 특정 주제별 투자 전략에 관한 단어 사용은 제한하지 않던 미국의 ‘펀드명 규칙’이 20년 만에 개정됐다”고 평가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사진)은 “이번 규칙의 의의는 펀드 광고의 진실성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며 “펀드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미국 가구의 55% 이상(미국 개인투자자 약 1억2000만 명)이 뮤추얼펀드나 ETF에 투자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를 대변하는 단체인 투자회사협회(ICI)의 에릭 팬 최고경영자(CEO)는 “운용사 및 펀드매니저는 펀드명을 구성하는 주관적인 용어와 실제 운용 자산의 성격이 일치하는지 일일이 SEC에 재검토받아야 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시장 대응 속도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을 사용하는 펀드가 늘어나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