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병원에 설치…각계 연대해 노동자 의료·재활 뒷받침
노동자 위한 '전태일의료센터' 짓는다…건립위 출범
취약한 노동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는 병원 '전태일의료센터'가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 지어진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는 2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출범식과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건립위원회 준비위원장 중 한 명인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은 "전태일의료센터는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 아닌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설립하고 운영하는 병원"이라며 "사회 제도가 외면하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를 사회적 연대를 통해 우리가 챙기고 견인해 나가자는 새로운 실험이자 도전"이라고 말했다.

녹색병원은 원진레이온 직업병 피해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로 개원해 '민간형 공익병원'을 표방하는 곳으로, 노동계와 깊은 인연이 있다.

1980∼1990년대 원진레이온 공장 노동자들의 이황화탄소 집단 중독 사태 이후 세워진 원진재단 산하 병원으로 2003년 문을 열었다.

이곳에 들어설 전태일의료센터는 노동자와 지역 주민 등의 질병 예방, 치료,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건강 악화로 일터를 떠난 노동자가 재활을 통해 다시 복귀할 수 있는 노동재활시스템을 제공하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연구·조사·정책 제안 등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센터는 녹색병원 본관 옆 주차장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지며 내년에 착공해 2026년 준공할 예정이다.

뇌심혈관센터·응급의료센터·근골격계질환센터 등 전문센터가 함께 운영된다.

위원회는 이날 센터 신축을 위해 '전태일 벽돌 기금'을 조성하고 50억원 모금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기부금(계좌당 개인 10만원, 단체·기관 100만원)을 내면 센터 추진위원이 되며 완공 후 센터 내 기부자의 벽에 이름이 새겨진다.

녹색병원과 양대 노총 위원장 등은 5월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센터 건립을 추진해 왔다.

이들은 저임금·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사회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다치거나 병에 걸려도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사회적 연대를 통한 '공익 병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