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3' 개막

1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 프랑스 툴루즈에 본사를 둔 수소동력 비즈니스 제트기 스타트업 ‘비욘드 에어로’의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서 6분간의 발표를 마치자, 심사위원들 5명이 날카로운 질문이 6분간 쏟아졌다. 제너럴 캐털리스트‧NFX 등 실리콘밸리 주요 벤처캐피털(VC)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봐 온 심사위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으면서 메모하거나 되묻는 등 평가작업을 이어갔다. 미국의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아발로’가 인공지능(AI)을 통한 식물 묘목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해 강한 묘목을 식별하는 기술을 소개하자 “묘종에 대한 IP 이슈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대형 묘종 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졌다.

◆“스타트업 ‘별의 전쟁’ 개막”
이날 개막한 북미 최대 스타트업 전시회인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의 메인이벤트인 ‘배틀필드’에선 스타트업과 심사위원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행사를 개최한 테크크런치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수천건의 신청서 중에서 200곳의 스타트업을 선별한 뒤 그중 20곳을 다시 추려내 무대 위에서 경연대회 방식으로 준결승을 진행했다. 이날부터 21일까지 20곳이 사업소개를 하면 심사를 거쳐 결승전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 우승자에겐 10만달러의 상금과 그보다 큰 투자자들의 ‘눈도장’을 받게 된다. 2011년 시작된 테크크런치 디스럽트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도 사업 초기 이 무대에 올랐다.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꾸는 이들이 매년 이 행사를 찾는 이유다.

◆샤킬 오닐 “에듀테크가 삶을 변화시킬 것”
배틀필드의 첫날 순서를 마친 뒤 다양한 투자자와 CEO들이 연사도 나서 테크 트렌드와 비전을 공유했다. 이날 가장 많은 청중을 끌어모은 이는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 명인 샤킬 오닐이었다. 마이클 조던과 함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NBA를 주름잡았던 그는 이날 에듀테크(교육기술) 스타트업 ‘에드소마’의 리드 투자자로 무대에 올랐다.에드소마는 어린이를 위한 AI 기반 독서, 교육 및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다. 앱을 통해 아이들이 소리 내 읽으면서 정확한 발음을 익힐 수 있고, 해외 출장을 간 부모가 떨어져 있는 자녀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9000명의 어린이가 이 앱을 이용하고 있으며, 100만명의 아이에게 읽기를 가르치는 게 이 회사의 목표다.
오닐은 “1998년쯤 한 콘퍼런스에 갔을 때 아름다운 대머리를 가진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립자가 ‘사람의 삶이 바뀌는 것에 투자하라’는 말을 인상 깊게 들었다”며 “나에게 교육을 강조했던 부모님처럼 보다 많은 아이가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감옥에 있는 사람에게 읽는 법과 학교 공부를 가르치면 범죄 재발 가능성이 87%에서 18%로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읽고 쓰는 능력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드 잡스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암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펀드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와 암 치료 관련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성된 펀드를 영리 추구뿐만 아니라 과학자를 지원하는 데에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자들이 아무 조건 없이 보조금을 받고 연구를 한 후 기술이 상업화됐을 때 요세미티에서 다시 투자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 15곳도 ‘실리콘밸리 드림’
이날 전시장에는 우크라이나, 일본, 파키스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날아온 스타트업들이 부스를 차리고 투자 유치 경쟁을 벌였다. 한 현장 참석자는 “테크크런치는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위한 행사”라며 “현재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들은 거의 보이지 않고, 미국의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서 주로 참가한다”고 설명했다.
KOTRA에 따르면 올해 한국계 창업자가 창업한 스타트업 중 ‘배틀필드 200’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펫나우와 개인사업용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 업체인 ‘씨야’ 등 3곳이다. 배틀필드 200에 선정되면 전시회에 무료 부스를 받는다. 펫나우 관계자는 “CES와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등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더 많이 얻었다”며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안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