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김성태 '800만 달러 송금' 목적 진술로 검찰 수사 '급물살'
金 "이 대표도 알았다"…국정원 문건·이화영 진술 번복 등도 변곡점

9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다섯번째 소환돼 조사받게 된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이재명 대표를 위해 북한에 800만 달러를 보냈다"고 검찰에 진술하면서 급반전됐다.

"이재명 대표 위해 대납"…'대북송금' 수사 1년 어떻게 진행됐나
당초 이 사건의 수사 시작은 쌍방울을 둘러싼 각종 의혹의 시발점이 된 '쌍방울의 이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이었다.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시작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가을 외화 밀반출 등 쌍방울의 대북송금 정황이 포착됐고, 검찰이 결국 이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입건한 뒤 소환 조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는 녹록지 않았다.

의혹 핵심 인물인 김 전 회장이 회삿돈 횡령 등 혐의를 받게 되자 해외로 도피해 송금 목적 규명은 사실상 답보 상태에 놓였다.

올해 1월 10일 태국에서 검거돼 엿새 뒤인 17일 도피 8개월 만에 국내 송환된 김 전 회장은 당초 대북송금 혐의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배경은 '경제협력 사업권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관련 자료를 제시하자 그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의 방북을 위해 대북송금했다"며 송금 명목을 바꿔 진술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2019년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조성 지원 사업비 500만 달러, 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대납했다며 구체적인 액수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조사 과정에서 '이 대표와 전화 통화한 적 없다'고 했던 기존 진술도 뒤집었다.

그는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도지사와 전화 통화하면서 나를 바꿔줬다'며 이 대표와 통화한 사실을 밝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 등을 토대로 쌍방울과 경기도 간의 대가성을 규명하고자 올해 2월 22일 도지사실과 비서실을 포함한 경기도청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대표 관련 여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경기도지사실에 대한 강제수사를 벌인 건 이때가 처음으로, 사실상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표 위해 대납"…'대북송금' 수사 1년 어떻게 진행됐나
검찰은 올해 4월 이화영 전 부지사를 대북송금 혐의 공범으로 보고 그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하고,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대납을 요청한 것으로 판단해 제3자 뇌물 등 혐의로도 입건했다.

이 전 부지사는 부지사 시절 쌍방울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 된 상황이었는데, 쌍방울의 대북 송금 혐의에 대해선 "경기도와 관련 없다"며 부인했다.

이후 수사는 올해 5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이 이 전 부지사 뇌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쌍방울의 대북송금 내용을 국정원에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속도가 붙었다.

안 회장은 "이 전 부지사가 북측 인사에게 스마트팜 사업비를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해 김성혜 북한 조선아태위 실장이 난처해했고, 쌍방울이 경기도 대신 지급했다는 내용을 국정원에 다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해당 보고서에는 "이화영이 북한에 스마트팜 지원비를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북한 조선아태위 부실장 김성혜가 난처해했다'는 등 당시 경기도와 북측 간 논의 상황이 상세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송금 관련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이 정부의 공식 문건으로 일부 확인된 셈이다.

줄곧 혐의를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가 6월경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돌연 이 대표가 연관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내놓자 검찰의 칼끝은 빠르게 이 대표를 향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에게 '쌍방울이 비즈니스를 하면서 북한에 돈을 썼는데, 우리도(도지사 방북) 신경 써줬을 것 같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표 위해 대납"…'대북송금' 수사 1년 어떻게 진행됐나
김 전 회장은 7월 두차례 이 전 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대표도 대납을 다 알고 있었다"며 대납한 이유에 대해선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차원의 대북사업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은 같은 달 27일 당시 경기도 대변인이었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8월 4일엔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각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김 전 회장과 이 전 부지사 등의 진술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문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 지난달 그를 제3자 뇌물 혐의로 피의자 전환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면 진술서를 통해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위한 불법 대북송금이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 대납으로 둔갑한 것"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한편 이 전 부지사는 이 대표 소환 조사를 이틀 앞둔 지난 7일 자필 진술서를 통해 "검찰의 별건 추가 기소 등 압박을 받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일부 인정한 진술은 허위"라고 다시 입장을 뒤집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원 김광민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에 검찰의 진술 압박 사실을 기록한 이 전 부지사의 비망록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