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예상보다 빨리 식는 경기…美 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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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칼럼] "예상보다 빨리 식는 경기…美 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
[마켓칼럼] "예상보다 빨리 식는 경기…美 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
임태섭 크레스트아시아자산운용 전략자문(성균관대 MBA 교수)

경기는 예상보다 빨리 식어갈 듯

나쁜 뉴스가 언제까지 좋은 뉴스가 될지
8월 중순 이후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지나친 과열 기미를 보였던 미국 경기가 점차 식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고용 시장도 구인자 수와 신규취업자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임금 상승 압박도 조금씩 완화되며 수급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가 둔화 기미를 보이면서 최근 급상승했던 미 국채금리는 일단 상승세가 꺾였고 주식시장은 Fed가 경기를 침체에 빠뜨리지 않고 인플레이션을 2%에 안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착륙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Fed가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기존 상식에 반하는 몇 가지 가정이 반드시 충족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실업률이 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부합하는가이다.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실업률이 졸업 시즌과 함께 고용시장 참여율이 늘어나면서 3.8%로 0.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대적 관계로 볼 때 실업률이 현재 수준보다 상당폭 상승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2%에 수렴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실업률이 과거 Fed의 긴축국면에서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추세에 접어든 경우, 샴의 법칙이 보여주듯이 결국 실업률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하며 경기침체로 이어지곤 했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실업률 수준을 지난 10년 전 5.2%~6.0% 수준에서 현재는 크게 하락한 3.8%~4.3% 수준으로 추정한다. 8월 고용보고서는 실업률이 3.8%로 조금 상승한 것으로 발표되었으나 아직도 구인자 수가 구직자를 크게 웃돌고 있어 고용시장의 불균형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또한, Fed의 인플레이션 지수라고 할 수 있는 근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 (Core PCE)와 근원 개인소비지출 서비스가격지수 (주택 제외) (Super Core PCE) 상승률은 전년 대비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상승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ISM PMI)의 물가지수가 원재료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다시 반등하고 있어 상품가격 하락에 의해 주도되었던 인플레이션 하락세가 반전될 가능성마저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밝혔듯이 고용시장의 불균형 해소가 지속되도록 Fed는 긴축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실업률을 4.3% 이내에서 제어하는 데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대개 경기연착륙에 대한 낙관론을 침체 전까지도 고수하곤 하는 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도 아직 내년 말 실업률을 4.5%로 예상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미국 소비의 급락과 기업 인력 구조조정 시나리오
미국경제는 팬데믹 발생에 대응한 Fed의 5조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유동성 투입과 연방정부의 4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추가 재정지출이 이전한 가계 잉여 저축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소비와 고용이 모두 상승세를 이어왔다. 또한, 엄청난 유동성은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배경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제 잉여 저축과 유동성의 공식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에 구조적 불균형이 없어 금리상승에도 미국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며 성장률이 둔화하여도 심각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은 지난 몇 년간 가계 이전소득 급등과 소비 과열로 빚어진 고용시장 과열과 이에 따른 기업 부문의 잉여 인력으로 진단한다. IT기업들과 대형은행 부문에서 일어났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Fed의 리서치에 의하면 미국 가계는 지난 3년여에 걸쳐 소득을 크게 초과하는 소비를 지속함으로써 잉여 저축을 거의 소진하였다. 한때 2.1조 달러에 달하던 잉여 저축에서 올 2/4분기까지 1.9조 달러가 지출됨으로써 잉여 저축은 3/4분기 중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미국 가계 소비지출 급증에 따른 저축률 급락. 출처: US FED
그림 1: 미국 가계 소비지출 급증에 따른 저축률 급락. 출처: US FED
그림 2: 미국 가계 잉여저축 급격히 소진. 출처: US FED
그림 2: 미국 가계 잉여저축 급격히 소진. 출처: US FED
소진은 가계소비를 급격히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업의 경기 전망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 이후 유예되었던 학자금대출 상환이 이번 달부터 재개되면서 소비 위축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고용시장의 심각한 수급 불균형을 경험한 기업들은 작년 하반기 경기 전망의 점진적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잉여 인력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소비위축이 현실화한다면 기업의 경기 전망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본격적 인력 구조조정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 지난 몇년간의 소비 과열이 초래한 기업 부문의 잉여 인력이 정리되며 고용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다. 팬데믹 기간 폭등한 수요에 지나치게 인력을 확대했던 IT기업과 대형은행들이 매출 증가세가 정상화되면서 작년부터 급격한 인력감축에 들어간 것처럼 경제 전반에 걸친 수요 위축은 기업 부문의 본격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Fed의 양적 긴축이 지속되며 시스템 유동성이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소비자와 중소기업 금융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지방은행들의 신용태도 지수도 3월 지방은행 파산사태에 이어 지속해서 위축 중이다. 소비 위축은 신용 스프레드의 급등과 한계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실적 하향 조정 불가피해 보여
현재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와 코스피지수는 올 1/4분기를 저점으로 기업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가계의 소비위축이 현실화한다면 하반기 매출 증가 속도가 급락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실적의 반등이 실현될지 의문이다. 이미 2/4분기 실적을 발표한 코스피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률이 미국 가계의 상품 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대부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 가계의 소비가 지속해서 위축된다면 하반기 다시 한번 예상 실적이 대폭 하향 조정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연착륙과 실적 반등을 반영하고 있는 주식시장이 금리상승의 여파와 기업 수익률 및 실적하락을 반영하기 시작하면 밸류에이션 멀티플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최근 코스 12개월 선행 기업 영업이익 예상치는 이미 하향 추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같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