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굴하지 않고 인권침해 조사하라고 만든 자리에서…분노 치밀어"
성폭력 피해 뒤 극단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 등의 유족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긴급구제 신청을 기각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5일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를 찾아 기각 결정을 한 김용원 인권위 군인권보호관과 원민경·한석훈 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항의방문에는 2014년 선임병들의 집단 구타로 숨진 고 윤승주 일병과 2016년 군에서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홍정기 일병, 2016년 훈련장에서 장갑차 사고로 사망한 고 남승우 일병 등의 유족 9명이 참석했다.

윤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 씨는 "군으로부터 독립돼 외압에 굴하지 않고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고 구제하라고 만든 자리에 앉아서 이런 일을 벌이다니 분노가 치민다"며 "우리 아들딸의 피눈물로 만든 자리를 망가뜨리는 김 보호관의 행동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는 "(군인권보호관은)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라고 만든 것"이라며 "군인권보호관이 당연히 '외압하지 마라, 군 인권 보호해야 한다'고 항의하거나 공문 띄워서 지시하고 권고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보호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만나지 못하고 1시간30여분 만에 해산했다.

지난달 29일 인권위 군인권보호위원회는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채모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에 대해 군인권센터가 낸 긴급구제 조치 신청을 만장일치로 기각 결정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진정의 결론이 날 때까지 항명 사건 수사와 징계 심의를 중단하는 등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하라고 요청했다.

군인권보호관은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도입 논의가 시작됐고 이 중사 사건으로 논의가 본격화돼 지난해 7월 출범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