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지원 철회 요구하며 軍장성 301명 인사 막아…미군 태세 약화 우려
美의원 1명 고집에 인태사령관·주한미군 부사령관 공석 계속돼
미국 상원의원 단 한명의 '고집' 때문에 새 보직에 부임하지 못한 미군 고위 장성이 3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는 주한미군 부사령관 등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자리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공화·앨라배마)이 지난 2월부터 국방부의 낙태 지원정책에 반발하며 군 장성 301명에 대한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을 막고 있다.

WP가 집계한 301명의 명단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중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주한미군 부사령관에 지명한 데이비드 아이버슨 공군 소장이 포함돼 있다.

현재 하와이에 있는 태평양공군사령부에서 항공·사이버공간 작전을 책임지는 그가 인준을 마치면 주한미군 부사령관,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7공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 공군구성군사령관 등을 겸임하게 된다.

한반도를 비롯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을 총지휘하는 인도태평양사령관에는 새뮤얼 파파로 태평양함대사령관이 지난 7월에 지명됐으나 아직 인준받지 못했다.

케빈 슈나이더 공군 중장은 지난 4월 대장 승진 인사에 포함되면서 인도태평양의 공군 전력을 지휘하는 태평양공군사령관에 지명됐지만 아직 국방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태평양공군사령관은 미국의 대중(對中), 대북(對北) 정책에 매우 중요한 보직이라고 WP는 설명했다.

美의원 1명 고집에 인태사령관·주한미군 부사령관 공석 계속돼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는 해병사령관에 지명된 로저 터너 주니어 소장의 인준도 지연되고 있다.

그가 지휘하게 될 제3해병원정군은 한반도 유사시에 가장 빨리 투입되는 미군 증원 병력 중 하나다.

이밖에 현재 주한미군 2사단 부사령관인 브랜던 앤더슨도 진급 대상이다.

캐서린 쿠즈민스키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하와이, 한국, 일본 등 태평양에서 미군 작전을 지휘하게 될 장성 20여명의 인준이 지연되고 있다고 WP에 밝혔다.

인도태평양만 문제가 아니다.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다수 최고위직이 공석으로 국방부는 대비 태세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는 튜버빌 의원이 계속 인준을 지연하면 연말까지 장성 총 852명의 약 4분의 3에 해당하는 650명의 인사가 적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튜버빌 의원은 군 인사 인준 권한이 있는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이며 국방부가 낙태 지원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인준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작년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헌법권리로 인정한 기존 판결을 폐기하자 업무 특성상 근무지를 선택할 수 없는 장병들이 원정 낙태를 하는 데 필요한 여행 경비와 휴가를 지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