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생기고 늙었다고 버려졌어요" 개 속마음 담은 '개의 입장'
못생기고 늙었다는 이유로 버려진 개,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사람의 손길이 그리워 철창 틈새를 비집고 나오려는 개, 오지 않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개. 이 개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마음속에 품고 있을까.

신간 '개의 입장 : 내 이야기를 들려줄게(어린이 작가정신)'는 거리에서, 보호소에서 마주하고 마음으로 온기를 나눈 유기견들의 이야기기 담긴 그림책이다.

개로 살아간다는 것, 그게 어떤 일인지 ‘개의 입장’에서 그들의 마음을 들려주고 그로 인해 버려지는 반려동물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반려견, 그 이면에는 우리 모두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싶어 하는 불편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불법 번식장에서 출산을 강요받는 모견들, 그렇게 태어난 강아지가 채 젖도 떼기 전에 마치 물건처럼 경매장을 거쳐 펫숍에서 팔려 나간다.

쉽게 소비된 반려견은 그만큼 쉽게 버려지는지도 모른다. 말 안 듣고 시끄럽다고 또는 이사나 결혼, 이혼, (사람 또는 개의) 질병 등등 가지각색의 이유로 개들은 낯선 곳에 버려진다. 갈 곳 없는 개는 굶주림과 두려움 속에서 거리를 떠돌게 된다. 그나마 보호소라도 가게 되면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한 줄기 희망이라도 있지만, 영영 떠돌이 개로 살아가기도, 다치거나 로드 킬을 당하기도 한다.

반려견이라고 애정을 담아 부르지만, 어제의 반려견이 오늘은 유기견으로 전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년 반려동물 보호ㆍ복지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한 해에만 새로 등록된 반려견은 50만 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 및 보호한 유실ㆍ유기 동물 중 반려견은 8만 마리가 넘지만 2021년 한 해에만 1만7000마리가 안락사당했다.

50만 마리가 반려견으로 등록되었는데, 8만 마리가 유기견이 되는 현실. 구조되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 훨씬 많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반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개의 입장'에 등장하는 개들은 못생기고 늙었다는 이유로 버려진 개, 사람에게 버려졌지만 사람의 손길이 그리워 철창 틈새를 비집고 나오려는 개, 오지 않는 주인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개 등 다양하다.

혼자 시간을 보내며 따분해하기도, 잠깐이나마 자신에게 보여 주는 관심에 기뻐하고, 신나게 내달리는가 하면 같이 놀자고 조르기도 하고, 건강하게 쉬야 하고 똥 누는 '개의 입장'의 주인공들은 맑고 순수하다. 그래서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지 모르게 간절해 보여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진다.

이 개들은 대부분 작가가 유기견 보호소와 길거리 등 온오프라인으로 잠깐 마주치기도, 몇 달에 걸쳐 오래도록 시간을 내어 지켜보기도 한 유기견들이다.

반려동물은 털이 보드라운 인형이나 가지고 놀다 버리는 장난감이 아니라, 우리와 똑같이 살아 숨 쉬는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반려견 특히 유기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못 생기고 늙었다고 버려졌어요" 개 속마음 담은 '개의 입장'
대통령 내외가 11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은퇴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새롬이'를 11번째 반려동물로 입양한 바 있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로써 6마리의 강아지와 5마리의 고양이를 관저에서 키우고 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 5월 SBS 'TV 동물농장'에 출연해 안락사 직전 구조된 '나래'와 교통사고로 17번의 수술을 받은 '토리' 등도 소개하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TV 프로그램) 동물농장에서 개 학대 장면을 보면 3박 4일 잠을 못 잔다"고 할 정도로 동물 사랑이 끔찍하다.

'개의 입장' 작가는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은 더 다양하고 많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게 될 것이다"라며 "'개의 입장'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반려동물이 서로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조화로운 세상, 버려지는 반려동물 없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