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동체적 생활 관계, 피해 아동 보호하고 감독했어야"
친딸 학대 살해 친모와 지낸 동거녀 부부에 징역 20년 선고
배고프다며 밥을 달라는 4세 딸에게 6개월간 분유만 주는 등 학대해 숨지게 한 20대 친모 사건과 관련해 이들 모녀와 함께 살았던 부부에게도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부부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아내 A씨에게 징역 20년과 추징금 1억2천450만5천원,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을 선고했다.

아동복지법위반 등 혐의를 받는 A씨의 남편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취업제한 5년 등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모녀와) 공동체적 생활 관계를 형성했고, 피해 아동을 보호하고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며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해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자로서 책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으면서 친모에게 집안일, 자신의 아이들 양육뿐만 아니라 성매매까지 시키고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모두 향유했다"며 "범행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모가 구속된 이후 A씨에게 편지를 보낸 점도 언급하면서 "여전히 피고인을 걱정하고, 전적으로 따르고 의지하고 있다"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친모의 의사를 억누르고서라도 피해 아동의 치료 등 조치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남편 B씨에 대해서는 "피해 아동이 오랜 기간 동안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고통 속에 살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에 피고인의 무책임과 무관심이 한 가지 원인이 됐다"며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함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다만, "부모 모두가 처벌받게 되면 두 아이의 보호 양육이 어렵다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문제의 친모는 2020년 8월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가출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A씨 부부와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14일 오전 6시께 A씨 부부 집에서 친딸의 얼굴과 몸을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6월 징역 35년 등을 선고받았다.

피해 아동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 당시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다.

근육은 찾아볼 수 없고, 뼈와 살가죽만 남은 상태였다.

4세 5개월의 나이에 키는 87cm, 몸무게는 7㎏에 불과했다.

몸무게의 경우 4개월에서 7개월 사이 여아 수준이었다.

이날 선고를 지켜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는 "형량도 형량이지만, 아동에 대한 보호 감독자의 지위를 명확하고 폭넓게 판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관련법 개정을 통해 보호 감독자의 지위를 반드시 명확하게 명문화해 둘 필요는 있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