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카이캐슬보다 자녀에게 더 중요한 것
2018년 사교육 공화국을 풍자하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스토리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기억하는가. 5년여가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학습 격차가 커지는 가슴 아픈 현실을 틈타 사교육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8년 전 만삭의 아내는 출산 직전까지 교육대학원 강의를 수강하며 태교했다. 종종 자신이 행복했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던 아내는 “아이가 태어나면 여행을 많이 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경험시켜 주자”고 했다.

1997~2006년 미국 노동통계국 소비자 지출 조사에 따르면 지출 상위 5분위에 해당하는 그룹이 지출 하위 분위 그룹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 항목은 책과 잡지, 컴퓨터, 운동, 여행, 전자제품 중에서 ‘여행’이었다. 그 규모가 4분위의 2배 이상, 3분위의 4배에 이를 만큼 차이가 컸다.

가족이 함께 시간과 경험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여행은 기꺼운 지출이자 자녀와의 즐거운 추억이다. 필자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콘셉트와 테마를 동반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매번 새롭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준비했다. 물론 딸아이와 함께 다녀온 10여 개국도 좋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시작한 캠핑을 통해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다.

꽃 피는 봄에는 산으로 들판으로 나가자. 식물과 곤충 채집까지 더하면 여행이 풍성해진다. 경주 역사 여행과 함께 벚꽃 캠핑을 추천한다. 무더운 여름, 해수욕과 계곡 캠핑은 최고의 피서다. 남해 일주도 좋다. 가을은 예약만 가능하다면 매주 단풍 캠핑을 떠나자. 온 가족이 단풍을 즐기며 바비큐 파티를 여는 순간 캐나다 메이플 로드가 부럽지 않고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진짜 매력에 빠질 것이다. 진정한 캠퍼는 겨울에 떠난다. 새하얀 눈 위에서 설영을 하고 뜨거운 군고구마를 호호 불며 즐기는 겨울 캠핑의 밤하늘은 별자리가 유난히 아름답다.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머릿속에 가족과 함께한 여행 경험이 어떻게 기억될지, 딸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은 잘 알 수 없다. 오늘도 캠핑에서 돌아오는 길에 종알종알 다음 여행을 꿈꾸는 모습을 보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딸아이는 교육에서 학습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자아존중감, 자기효능감, 회복 탄력성 등을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학원 한 군데 더 보내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몸으로 부딪치며 체험하는 시간을 자녀에게 투자하자. 자연과 지역, 우리나라, 세계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는 인재로 성장하는 자녀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