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그날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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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의 명곡과 몰입감 있는 스토리, 짜임새 있는 연출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저력을 재차 증명해내고 있는 뮤지컬 '그날들'의 종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층 단단하고 견고해진 완성도는 '그날들'이 '놓쳐선 안 될' 수작임을 무대 곳곳에서 말해주고 있다.

'그날들'은 고(故) 김광석의 명곡들로 만들어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실 소속 정학, 무영이 의문의 여성 '그녀'를 비밀리에 보호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2013년 초연 때부터 놀라운 화제성을 자랑했던 이 작품은 웰메이드라는 호평과 함께 누적 관객 수 55만명을 돌파, 10년째 한국 창작 뮤지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등병의 편지', '거리에서', '너에게', '그날들',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먼지가 되어', '사랑했지만' 등 큰 사랑을 받았던 김광석의 명곡이 뮤지컬 작법에 맞춘 풍부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어우러져 더욱 웅장하고 풍부하게 관객들의 마음에 와닿는다. 원곡의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와 다르게 한껏 풍성하게 부풀어 오른 편곡이 작품 전반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작품의 완성도를 최고점까지 끌어올리는 건 빈틈없는 스토리 라인이다. 일반적으로 주크박스 뮤지컬이라 하면 대중적인 음악에만 초점을 맞춰 메시지 측면에서 힘이 부족하기 마련이지만, '그날들'은 놀라울 정도의 균형감을 자랑한다.
뮤지컬 '그날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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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의 중심에는 20년 전 정학, 무영,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이 배치된다. 이를 토대로 과거(1992년)와 현재(2012년)가 교차하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두 가지 시대적 배경의 결합이 상당히 매끄럽고 입체적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 적재적소에 맞춰 들어간 김광석의 곡은 감정을 벅차오르게 한다.

자칫 복잡하게 얽힐 수 있는 구성을 감각적으로, 짜임새 있게 풀어낸 연출의 힘이 놀랍다. 1막에서는 다소 정적인 무대 위에서 20년 전 사건과 그와 관련한 '떡밥'을 던진다면, 떡밥을 모두 회수하는 2막에서는 세세하게 디테일을 잡으면서도 웅장하고 다채로운 무대 전환으로 흥미와 반전, 감동 모든 것을 전달한다. 다소 무거운 분위기의 극에 단비처럼 내리는 개그 요소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배우들 간 호흡도 뛰어나다. 이번에 새롭게 합류한 김건우는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손명오 역으로 거칠고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였던 것과는 달리 장난스러우면서도 우정과 사랑 앞에서 굳건하고 강인한 무영의 모습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시원시원한 발성과 귀에 꽂히는 발음도 인상적이다.

10년간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 배우들이 많다는 점도 '그날들'만이 지닌 매력과 완성도를 대변하는 듯하다. 정학 역의 유준상, 운영관 역의 서현철·이정열, 대식 역의 김산호, 상구 역의 박정표가 초연부터 지금까지 무대를 빛내고 있다.
뮤지컬 '그날들' /사진=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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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까지 100% 완벽하다.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 완벽한 실력이 한 데 응집됐다. 고강도 훈련을 통해 완성된 유도, 검도, 특공무술, 레펠, 격투 등의 액션 장면을 숨죽여 보다가 이내 웅장한 오케스트라 연주에 올라탄 환상적인 합창에 감탄하게 된다. 춤, 노래는 물론 화려한 액션까지 상상 그 이상을 해내는 '그날들'의 또 다른 주역들이다.

공연은 내달 3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계속된다. 정학 역의 유준상·이건명·오만석·엄기준, 무영 역의 오종혁·김건우·영재, 그녀 역의 김지현·최서연·제이민·효은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