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 유해로 73년만 가족 품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하 국유단)은 2010년 3월 경북 영덕 우곡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을 국군 3사단 소속 고(故) 황병준 하사로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황 하사의 유해는 국유단과 해병 1사단 장병들이 6·25전쟁 당시 개인호로 추정되는 지역에서 발굴작업을 하던 중 수습됐다.
국유단은 전사자들의 병적자료를 바탕으로 유족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왔으며, 2022년 10월 방문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한 황태기 씨가 최근 황 하사의 조카로 확인됐다.
황 하사는 1929년 9월 경상북도 의성군 신평면에서 4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큰형이 일제 강점기 때 강제 징용된 탓에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갔다.
고인은 1950년 5월 제3사단 23연대에 입대했으며, 그해 8월 14일 영덕 전투에 참전 중 20세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다.
영덕 전투는 동해안 영덕 일대에서 국군 3사단이 부산에 진출하려는 북한군 5사단을 저지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전투다.
유가족에 따르면 고인은 입대 직전 약혼한 후 약혼녀에게 "꼭 살아 돌아올 테니 결혼해 아들딸 낳고 잘살자"라는 약속을 남기고 눈물로 이별했다고 한다.
황 하사는 군 당국이 2000년 4월 6·25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을 개시한 이후 215번째 신원 확인 사례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