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 칼럼] 기술을 공유하는 패권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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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패권·동맹은 불가능
게임체인저 기술은 동맹도 안 줘
안보와 산업 간 균형 취해야
세계는 새 질서 예고하는 격동기
韓, 긴장감 갖고 고유 혁신 나서고
미·중 빅딜 변수에도 대비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게임체인저 기술은 동맹도 안 줘
안보와 산업 간 균형 취해야
세계는 새 질서 예고하는 격동기
韓, 긴장감 갖고 고유 혁신 나서고
미·중 빅딜 변수에도 대비해야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전 세계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가는 미국과 이를 바라보는 동맹국 입장이 똑같을 수 없다. 특히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동맹국은 착잡한 맘이 들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1100억달러 이상의 민간투자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반도체법까지 더하면 각국의 대미 투자는 2240억달러(약 310조원)에 이른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다. 대미 투자를 이끈 것은 한국 유럽 일본 등 동맹국 기업들이다. 미국은 공급망을 찾아오고 있다고 찬가를 부르지만 동맹국으로선 자국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투자였다고 여길 것이다.
한·미·일 초밀착 협력을 표방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의 안보적 의미를 평가하더라도 경제적으론 긴장감을 높여야 할 이유가 많다. 한쪽 블록을 택한다고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끼리 동맹관계를 깊게 해도 기업은 죽고 사는 경쟁을 해야 한다. 만약 자국 기업이 블록 안에서 경쟁력을 잃고 산업과 경제가 죽으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안보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일이 하나의 국가가 아닌 이상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한·미·일이 보여주는 경제 실상부터 다르다. 역대급 자국 중심주의로 투자·일자리를 싹쓸이하는 미국, 엔저 흐름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임금이 오르기 시작하는 일본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1%대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집중 겨냥하고 있지만, 한·일은 동북아시아 경제 안정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 싫든 좋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특히 그렇다.
게다가 한·일은 여전히 산업경합도가 높다. 인구 감소·고령화까지 닮은 양국의 산업경합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부가가치 사슬의 최상위에 있다. 한국이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일본과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미국의 강점 분야를 치고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의 분업 구도에 안주하다가 한·미·일 블록 안팎에서 한국 기업을 대체할 경쟁자가 출현하면 그땐 속수무책이다.
미래를 말하지만 역사적 경험을 기억에서 지우는 일은 위험하다.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및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1972년 일·중 수교, 1979년 미·중 수교 등 일련의 충격적 사건들이 그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타깃으로 동맹국을 통제하지만 정작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본도 뒤로는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일중경제협회 등 민간단체가 정경분리를 내세워 중국과 교류하고 있다. 미·일이 어느 날 돌변해 중국과 빅딜을 선언한다고 해도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이 미·일과의 협력만 믿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가장 위험한 것은 미국이 같은 블록 동맹과 기술을 공유할 것이란 착각이다. 백악관은 한·일 등 동맹과 정상회의를 할 때마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기술 등 이른바 ‘핵심신흥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공동 프로젝트’를 재탕·삼탕 남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미·일이 ‘게임체인저 기술 공동개발→국제표준화→기술 보호→인력 교류’ 플랫폼을 기대한다지만 책상머리 발상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 계획적 공식으로 게임체인저 기술이 탄생한 역사적 사례가 없다.
역사는 안정기와 격동기의 반복이다. 일본에서 역사 전도사로 불리는 진노 마사후미는 <게임체인지 세계사>에서 게임체인지와 패권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 격동기가 왔다. 패권국이 기술을 동맹과 나눌 것이란 공상(空想)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패권국이 탐낼 고유 혁신 역량을 높여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효율성을 내세워 연구개발 예산을 크게 줄이는 것은 치명적인 엇박자다.
“게임체인지의 계기가 되는 새 물결은 변경(邊境)에서 나타난다”는 진노의 역사 발견도 의미심장하다. 무역이 중요한 한국이다. 블록과 블록을 잇는 연결과 개방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게 국익이다. 안보와 경제, 외교와 산업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역사에 대한 기억 편향이 국가 미래에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한·미·일 초밀착 협력을 표방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의 안보적 의미를 평가하더라도 경제적으론 긴장감을 높여야 할 이유가 많다. 한쪽 블록을 택한다고 모든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가끼리 동맹관계를 깊게 해도 기업은 죽고 사는 경쟁을 해야 한다. 만약 자국 기업이 블록 안에서 경쟁력을 잃고 산업과 경제가 죽으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안보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일이 하나의 국가가 아닌 이상 이해관계가 같을 수 없다. 한·미·일이 보여주는 경제 실상부터 다르다. 역대급 자국 중심주의로 투자·일자리를 싹쓸이하는 미국, 엔저 흐름으로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임금이 오르기 시작하는 일본이다. 반면 한국은 올해 1%대 중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 수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집중 겨냥하고 있지만, 한·일은 동북아시아 경제 안정이 국익에 더 부합한다. 싫든 좋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특히 그렇다.
게다가 한·일은 여전히 산업경합도가 높다. 인구 감소·고령화까지 닮은 양국의 산업경합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부가가치 사슬의 최상위에 있다. 한국이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일본과 경쟁을 피할 수 없고 미국의 강점 분야를 치고 들어가야 한다. 반도체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의 분업 구도에 안주하다가 한·미·일 블록 안팎에서 한국 기업을 대체할 경쟁자가 출현하면 그땐 속수무책이다.
미래를 말하지만 역사적 경험을 기억에서 지우는 일은 위험하다. 1971년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및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1972년 일·중 수교, 1979년 미·중 수교 등 일련의 충격적 사건들이 그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타깃으로 동맹국을 통제하지만 정작 미국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일본도 뒤로는 일본국제무역촉진협회, 일중경제협회 등 민간단체가 정경분리를 내세워 중국과 교류하고 있다. 미·일이 어느 날 돌변해 중국과 빅딜을 선언한다고 해도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이상할 게 없다. 한국이 미·일과의 협력만 믿고 있을 수 없는 이유다.
가장 위험한 것은 미국이 같은 블록 동맹과 기술을 공유할 것이란 착각이다. 백악관은 한·일 등 동맹과 정상회의를 할 때마다 인공지능(AI), 양자기술, 우주기술 등 이른바 ‘핵심신흥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 공동 프로젝트’를 재탕·삼탕 남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한·미·일이 ‘게임체인저 기술 공동개발→국제표준화→기술 보호→인력 교류’ 플랫폼을 기대한다지만 책상머리 발상과 현실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 계획적 공식으로 게임체인저 기술이 탄생한 역사적 사례가 없다.
역사는 안정기와 격동기의 반복이다. 일본에서 역사 전도사로 불리는 진노 마사후미는 <게임체인지 세계사>에서 게임체인지와 패권의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역사적 격동기가 왔다. 패권국이 기술을 동맹과 나눌 것이란 공상(空想)으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패권국이 탐낼 고유 혁신 역량을 높여야 할 상황이다. 정부가 효율성을 내세워 연구개발 예산을 크게 줄이는 것은 치명적인 엇박자다.
“게임체인지의 계기가 되는 새 물결은 변경(邊境)에서 나타난다”는 진노의 역사 발견도 의미심장하다. 무역이 중요한 한국이다. 블록과 블록을 잇는 연결과 개방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게 국익이다. 안보와 경제, 외교와 산업의 균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역사에 대한 기억 편향이 국가 미래에 돌이키기 어려운 패착이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