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인 중견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조달을 위해 중국·일본 등 해외 배터리사와 파트너십을 모색하고 있다. K배터리 3사가 북미를 필두로 해외 투자를 늘리는 사이 정작 ‘안방’인 한국에선 배터리를 구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K배터리 확보전서 밀려…해외서 길찾는 KG·르노
0일 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중국 배터리 업체인 BYD와 배터리팩 합작공장 설립을 협의하고 있다. 2025년 1월 양산이 목표다. 양사는 이 공장을 국내에 짓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사될 경우 해외 배터리 제조사가 국내 완성차 업체와 손잡고 한국에 공장을 짓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회사 측은 “합작공장의 위치와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KG모빌리티는 오는 9월 출시하는전기차 토레스 EVX에도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적용한다. 중국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LFP 배터리가 국산 전기차에 들어가는 것은 토레스 EVX가 처음이다. 양사는 이를 위해 2021년 말 손잡고 공동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KG모빌리티는 2025년까지 출시가 예정된 전기 픽업트럭(코드명 O100EV)과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F100EV) 등에도 BYD 배터리를 장착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라인업을 늘리려면 완성차 공장 근처에서 배터리팩을 공급받아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BYD와 제휴해 배터리팩 내재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준비 중인 르노코리아자동차도 배터리 확보를 위해 해외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 배터리 점유율 1위인 CATL과 BYD·AESC 등 중국 업체는 물론 일본 파나소닉, 유럽 노스볼트 등 다양한 업체와 폭넓게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늦어도 올해 연말까지 배터리 조달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2026년 전기차 생산 개시를 목표로 잡고 당초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와 배터리 공급망 구축을 협의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태다. 북미에서 생산된 배터리에만 혜택을 주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전후로 배터리 업체들의 ‘북미 러시’가 거세졌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2025년까지 미국에 지어질 대규모 배터리 생산설비 13개 중 11개가 한국 배터리 3사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중견 완성차 업체가 해외 배터리 업체와 손잡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수/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