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영국 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였다. 침체가 깊어질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반등한 것이다.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가 한풀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영국 통계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영국 은행(BoE)의 전망치인 0.1%를 넘어섰다. 6월에는 0.5% 증가하며 전문가들의 전망치인 0.2%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2분기 영국의 소비지출은 0.7% 증가했다. 가파른 물가 상승세 속에서도 소비 침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7.9%를 기록했다. 목표치(2%)의 3배를 넘는다.

생산 부문 전체에 걸쳐 경제 지표가 개선됐다. 지난 2분기 영국의 제조업의 생산량은 1.6% 증가했고, 기타 생산 부문에선 0.7% 늘었다. 서비스업도 2분기에 0.1% 증가했다.

경제가 반등했다는 결과에 리시 수낵 정부는 낙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레미 헌트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인플레이션과의 투쟁에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며 "취업을 장려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빠른 속도로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가 다시 회복세에 놓였다는 소식에 영국 파운드화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발표 직후 0.3% 오른 1.2715달러를 기록했다.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영국 은행이 통화 긴축을 유지할 것이란 기대감도 반영됐다. 시장에선 다음 달 영국 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70%로 점쳤다. 동결할 확률은 30%를 밑돌았다.
올 2분기 반등한 英 경제, 침체 위기 한풀 꺾이나
다만 아직 영국의 경제가 위태롭다는 지적도 나온다. 2분기 GDP 증가율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역성장했기 때문이다. 2019년 4분기에 비해 영국 GDP는 0.2%가량 감소했다. 주요 7개국(G7) 중 코로나19 창궐 이전 수준으로 경제를 회복하지 못한 곳은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의 씽크탱크인 리솔루션 재단의 연구책임자인 제임스 스미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경제가 2분기에 성장하긴 했지만, 지난해를 제외하면 지난 65년간 가장 저조한 성과를 냈다"며 "여전히 영국 경제는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