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값 사상최저 추락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은 할당량 이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때 초과분만큼 탄소배출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지난해 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기업들의 배출권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하지만 이는 태풍으로 포스코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석유화학 업종이 불황을 겪은 데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가 가장 활발한 2022년 배출권(KAU22) 가격은 이날 종가 기준 t당 7400원으로, 1년 전(2만8000원)의 26% 수준에 불과하다. 작년 1월 초(3만5400원)와 비교하면 80%나 떨어졌다. 현재 시세는 배출권 거래를 시작한 2015년 1월 12일 이후 최저로, 제도 시행 첫날 가격(8640원)보다 낮다. 2023년 배출권(KAU23) 가격도 이날 t당 9000원으로 지난 4월 초(1만4650원)보다 38% 급락했다.

배출권 가격 급락은 지난해 탄소 배출량이 줄면서 시장에서 탄소배출권 구입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보다 3.5% 줄었다. 특히 산업부문은 6.2%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착시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는 지난해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10.6% 줄었는데, 이는 태풍 ‘힌남노’로 포항제철소 가동이 3개월간 멈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탄소 배출량 감소폭이 큰 대한유화(전년 대비 -23.6%), LG디스플레이(-19.7%), HD현대오일뱅크(-14.1%), 롯데케미칼(-12.0%) 등은 업황 악화로 공장 가동률을 낮췄거나 감산한 곳이다. 즉, 경기가 좋아지면 탄소 배출 증가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은 문재인 정부 때 2030년까지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는 점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9%씩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라는 지적이 많다.

강경민/곽용희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