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 노동조합, 실업급여는 모두 근로자 보호를 위한 정책 도구다. 최저임금이 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고, 노조는 고용주의 부당한 횡포에 맞서는 방패가 될 수 있다. 실업급여는 실직에 따른 위험을 줄여준다. 그러나 최저임금, 노조, 실업급여는 뜻하지 않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일자리를 줄이고 실업을 늘리는 것이다. 노동 약자를 위한 제도가 어째서 실업을 유발하는 것일까.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인 일자리 할당 이론과 일자리 탐색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자.

월급 오르면 일자리 줄어든다

일자리 할당 이론은 노동시장 수요(일자리)와 공급(근로자)의 양적 불일치를 실업의 원인으로 본다. 노동시장의 가격(임금)이 수요·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도록 임금이 조정될 것이고 실업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임금이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키는 균형 가격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한다고 일자리 할당 이론은 설명한다.

그렇다면 임금이 균형 가격보다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최저임금 제도가 있다. 최저임금이 균형 가격보다 높다면 노동시장의 공급은 늘어나고 수요는 줄어들어 초과 공급만큼 실업이 발생한다. 일자리 수가 근로자 수보다 적어 실업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실업을 구조적 실업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은 특히 10대 근로자처럼 숙련도와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의 실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조가 실업을 유발하는 메커니즘도 이와 비슷하다. 노조의 힘이 강해 임금이 오른다면 노동 공급은 증가하고 수요는 감소한다. 오른 임금은 노조에 속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될 뿐 노조에 속하지 않은 근로자는 고용 기회를 얻기 어려워진다.

때로는 고용주가 먼저 나서서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 월급을 많이 주면 유능한 인재를 고용하고 직원들의 이직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효율 임금이라고 한다.

일자리 있어도 취업 안 한다?

일자리 탐색 이론에서는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실업이 생겨난다고 본다. 설령 어느 한 시점의 노동 수요와 공급이 완전히 일치해 실업자가 한 명도 없다고 해도 이런 균형 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기업은 실적이 나빠져 직원 수를 줄일 것이고, 다른 어떤 기업은 실적이 좋아져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것이다.

이때 실적이 나빠진 기업에서 해고된 직원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때까지 실업 상태가 된다. 마음만 먹으면 새 직장에 취업할 수 있지만, 급여나 처우가 만족스럽지 않아 더 좋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근로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업 상태가 되는 것을 마찰적 실업, 탐색적 실업이라고 한다.

‘시럽급여’(달콤한 시럽에 비유할 만큼 실업급여가 높다는 의미) 논란을 빚은 실업급여는 탐색적 실업에 영향을 미친다. 실업급여는 구직 활동과 취업에 대한 유인을 약화한다. 실업급여 수급자가 구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일자리에 취업하기를 거부한다면 탐색적 실업이 늘어나고 장기화한다. 성균관대 이찬희·권기헌 연구팀은 지난 3월 발표한 ‘고용보험제도의 효과성 연구’ 논문에서 “실업급여가 수급자의 취업과 근로일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수급자들의 재취업 의지를 높일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0%가 될 수 없는 실업률

일자리 할당 이론과 일자리 탐색 이론이 공통으로 시사하는 것은 경제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실업률이 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도 임금 수준이 균형 임금을 초과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실업과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실업 상태에 머무는 마찰적 실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완전고용 실업률 또는 자연실업률도 0%는 아니다. 한국은행은 2020년 기준 한국의 자연실업률을 3.9%로 추정했다.

실업에 관한 이론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정책적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거나 급격히 올라서는 안 되고, 노조의 힘이 지나치게 강해서는 안 되며, 실업급여는 구직 유인을 해치지 않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를 지나치게 보호하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근로자가 늘어난다. 노동시장의 역설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