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시가총액이 1조달러(약 1300조원)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멘트’ 도래를 예견하고, AI 연산 처리를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그 비결이 ‘문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 누구도 보스가 아니다. 프로젝트가 보스다(Nobody is the boss. The Project is the boss)”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중심의 수평적 문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엔비디아에선 회의 중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목표 달성에 장애물을 발견하면 소프트웨어 조직의 책임자든 중간급 엔지니어든 프로젝트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과 직접 대화를 나눠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우선순위와 일정을 재설정하기 위해 회의를 중단하기도 한다.

젠슨 황 CEO는 창업한 지 10년이 지난 2003년 스탠퍼드대 강연에서도 기업문화를 강조했다. 엔비디아 문화의 키워드는 ‘지적 정직성(Intellectual Honesty)’이다. 젠슨 황 CEO는 지적 정직성에 대해 “자기비판을 할 수 있는 능력”이자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조직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문화가 구성원이 자신의 일상 업무가 회사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고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끈 엔비디아 혁신의 동력 중 하나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드러커인스티튜트 조사에 따르면 ‘구성원 몰입 및 개발’ 부문에서 엔비디아는 2021년과 지난해 각각 1위와 2위에 올랐다. 지난해 말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는 어도비(74.1점)와 0.1점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1, 2위 기업의 공통점은 분기마다 구성원의 몰입도를 조사하는 펄스 서베이(짧은 주기의 설문조사)를 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2021년부터 구성원 몰입도 조사를 연간에서 분기 기준으로 전환해 2만60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구성원 몰입은 ‘얼마나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의견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인터뷰에서 “직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높은 몰입도는 장기근속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학습의 축적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CLC(현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이 회사를 떠날 확률이 87%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가 그 증거다. 엔비디아의 2023 회계연도 평균 이직률은 5.3%에 그쳤다. 반도체업계 평균 19.2%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MIT슬론매니지먼트리뷰에 따르면 지적 정직성은 구성원들이 지식을 공유하게 함으로써 혁신을 이끌고, 이직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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