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다. 탈(脫)탄소 흐름 속에 커지고 있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공기업의 새로운 무대로 떠올랐다.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력 개발에 열을 올리는 공기업들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해외 진출 속도내는 공기업

원자력·풍력 발전시장 진출, 수소혼소기술 개발…해외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한국중부발전은 이달 4일 스웨덴에서 구바버겟 풍력 준공식을 열었다. 구바버겟 풍력은 스웨덴 중부 예블레보리 주에 사업비 약 1350억원을 들여 조성한 발전용량 74.4㎿(메가와트_의 풍력단지다. 전 세계 육상 풍력발전기 중 단일기기로는 최대급 발전 용량을 자랑하는 6.2㎿급 터빈 12기로 구성돼 있다.

구바버겟 풍력 사업은 스웨덴 스타브로 풍력, 스페인 프리메라 태양광에 이은 유럽 내 세 번째 신재생 사업이기도 하다. 중부발전과 국내 전문 투자자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약 130억원 상당 규모의 국산 기자재가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구바버겟 풍력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70%는 글로벌 기업인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데이터센터에 공급된다. 나머지 30%는 북유럽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책임지게 된다.
원자력·풍력 발전시장 진출, 수소혼소기술 개발…해외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부발전은 운용자산 20조원 규모의 독일계 신재생 전문 개발사인 프라임캐피탈과 북유럽 그린암모니아 공동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신재생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섰다. 이는 북유럽의 풍부한 수력,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북유럽 권역에 청정 연료로 사용될 그린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루마니아 원자력전력공사(SNN)의 체르나보다 원자력발전소 삼중수소제거설비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삼중수소제거설비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동쪽으로 약 170㎞ 떨어진 도나우강 인근의 체르나보다 발전소 내에 건설된다. 내년 8월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으로 오는 2027년 8월 준공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한수원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발전소의 방폐물저장고 타당성평가 기술용역과 전압안정기 등의 설계 용역을 맡았다.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이 발주사의 신뢰로 이어지며 수주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수원은 삼중수소제거설비 건설에 필요한 기자재를 발주해 국내 기자재 공급업체의 참여 기회를 지원할 예정이다.

기술력도 업그레이드

원자력·풍력 발전시장 진출, 수소혼소기술 개발…해외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최근 공기업들은 신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업체인 한화임팩트와 손잡은 한국서부발전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수소비율을 약 60%까지 끌어올린 수소혼소 발전실증에 성공했다. 당초 계획을 뛰어넘은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수소혼소 발전이란 기존 가스복합발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에 청정연료인 수소를 혼합해 연소하는 기술이다. LNG에 수소를 혼합할 경우 기존 LNG 보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

이번 실증 성공으로 국내 발전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가동되는 LNG 가스터빈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1년 기준 약 6600만t으로 추정된다. 이 가스터빈을 모두 수소혼소율 50% 터빈으로 개조할 경우 LNG발전 부문에서 연간 약 16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조정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중 발전 부문에서 감축해야하는 온실가스 배출량(1억2000만t)의 13%에 달한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빅데이터를 통한 농식품시장 분석에 힘을 쏟고 있다. 농정원은 2018년부터 농식품 이슈 관리 시스템을 통해 주요 농식품 정책 키워드와 연계한 데이터를 분석해왔다. 지난해부터는 분석 결과를 활용해 농업·농촌 트렌드 보고서인 ‘FATI(Farm Trend&Issue)’를 발간하고 있다. 보고서 주제는 ‘식량 안보’, ‘농촌 관광’ 등으로 다양하다. 이를 통해 농식품 관련 소비 트렌드와 여론 동향을 파악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인력난 등 사회적 문제 해결도

원자력·풍력 발전시장 진출, 수소혼소기술 개발…해외서 미래 먹거리 찾는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는 주체도 공기업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조선업 등 인력난이 심한 산업현장의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고용허가제를 통한 맞춤형 외국인력 공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국내 조선업종 빈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지난달 말 기준 베트남, 캄보디아 등 8개국에서 310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력(E-9 비자)의 신속한 입국을 지원했다.

또 공단은 조선업 외국인력의 직무역량 향상을 위해 현지에서 이뤄지는 사전취업교육도 강화한다. 안전보건공단의 ‘조선업 신규입사자 재해예방 교안’을 이달까지 네팔, 베트남 등 10개국 언어로 번역해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전사적인 에너지절감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발전소의 설비효율을 0.1%포인트 높이고,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전력을 의미하는 ‘소내 소비율’도 0.1%포인트 개선한다는 목표다. 재무개선 효과는 연간 1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