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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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을 두고 찬반 여론이 팽팽한 가운데, 강원도에서 다소 파격적인 '예스키즈존' 고깃집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예스키즈존은 노키즈존에 대항해 어린이 고객을 적극적으로 받는 가게 등을 말한다.

17일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강원도 태백시 한 고깃집이 내건 '예스키즈존' 안내판이 주목받았다. 이 고깃집은 "사랑스러운 아가들과 어린이들을 환영한다"며 "똥기저귀 놓고 가셔도 된다. 저희가 치우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문구를 적어뒀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거센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먼저 예스키즈존을 지지하는 이들은 "돈쭐 내자", "이런 가게가 많아졌으면", "정말 귀한 곳이다", "'똥기저귀'만 보지 말고 그만큼 아이들에게 친화적인 식당이라는 소리", "사장님 마음에 감사하다" 등 호평을 내놨다.
강원도 태백시의 한 고깃집이 내건 '예스키즈존' 안내판. / 사진=트위터
강원도 태백시의 한 고깃집이 내건 '예스키즈존' 안내판. / 사진=트위터
반면 안내판 속 '똥기저귀 놓고 가셔도 된다'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들도 많았다. "똥기저귀는 가져가게 해야지 그것까지 치워주나", "그냥 가게 홍보하려는 거지, 문구가 과하다", "결국 치워야 하는 사람은 직원일 텐데, 직원들 동의는 받았나" 등 부정적인 반응이다. "예스키즈존은 시끄러울 것 같아서 가기 싫어진다" 등 '예스키즈존' 자체에 대한 반발도 포착됐다.

예스키즈존의 등장은 어린이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아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설정하고 사전에 차단해 버린다는 시각에 반발하는 차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 추진을 시작한 '서울키즈 오케이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6월 말 기준 총 504곳(한식 258곳, 햄버거 78곳, 카페 59곳, 중식 43곳, 양식 36곳, 기타 30곳) 식당이 서울키즈 오케이존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의 한 카페. /사진=김세린 기자
'노키즈존'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의 한 카페. /사진=김세린 기자
노키즈존은 해묵은 논쟁거리다. 영업상 자유라는 의견과 어린이와 그 부모들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가 지난 5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로 인해 불편함을 경험했을 때 어느 정도의 제재가 필요하다"(75.8%)는 응답이 많았지만,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다"(59.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공공장소의 노키즈존 설정에 대해서는 10명 중 6명(61.9%)이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에서 노키즈존 영업이 성행하는 것은 '역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두 살배기 딸을 키우는 김 모 씨는 "출산율 최저의 나라에서 어린이를 혐오하는 정서가 팽배한 것은 모순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신도 이런 현상에 집중한 바 있다. CNN은 지난달 말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회에서도 노키즈존을 아동 차별로 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예방 조치 등을 강조한 법안(7월 11일/이성만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아동복지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