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 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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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에 설치·운영 중인 수십 대의 폐쇄회로(CC)TV에 비닐봉지를 씌운 노동조합원들을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금속노조 타타대우상용차지회 노조원 3명에 대해 유죄로 판결을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회사 측의 CCTV 설치·운영이 업무방해죄의 보호 대상"이라면서도 "피고들의 행위는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하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타타대우상용차는 2015년 군산 공장에 보안 및 화재 감시 목적으로 CCTV 카메라 51대를 설치했다. 피고들은 "회사가 근로자의 사전 동의 없이 CCTV를 설치했다"며 같은 해 11월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이 카메라들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워 작동을 방해했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위력으로 회사 운영과 관련된 시설물 관리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피고들을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 동기나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피해자의 CCTV 설치·운영을 통한 이익, 피고인들의 행위 내용, 다른 구제 수단의 존재 등을 고려하면 정당행위의 나머지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도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장 부지 내 주요 시설물에 설치된 CCTV 카메라 16대와 출입구에 설치된 3대에 비닐봉지를 씌운 행위만큼은 "위법한 CCTV 설치에 따른 기본권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이라고 봤다. 피고들이 위력을 가한 51대 CCTV 중 19대에 대한 행위는 정당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해당 CCTV가 다수 근로자의 직·간접적인 근로 현장과 출퇴근 장면을 찍어 권리가 제한되는 정보 주체가 다수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 또 이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 될 수 있는 점, CCTV 설치공사를 시작할 당시 근로자들의 동의가 없었던 점 등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유죄 파기 부분은 나머지 유죄 부분과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됐으므로,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근로자참여법 관점에서 정당행위의 여부를 판단한 건 이 사건이 처음"이라며 "이 판례가 나옴으로써 사업장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근로자들과의 정당한 절차에 따른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게 좀 더 명확해졌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