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날고, 두산건설 기고.

올 전반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구단별 성적표는 이렇게 요약된다. 이예원(20), 방신실(19) 등 신예들의 잇따른 우승 덕분에 KB금융그룹은 웃었지만, 임희정(23), 박결(26) 등 큰돈을 들여 스타를 영입한 두산건설은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냈기 때문이다.

KB와 NH ‘양강 구도’ 형성

방신실의 KB, 박민지의 NH 날고…임희정의 두산건설 부진
10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올 전반기 16개 대회에서 2승 이상을 올린 구단은 KB금융그룹, NH투자증권, 안강건설, 한화큐셀, 롯데 등 다섯 곳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 중 브랜드 노출 효과 측면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둔 구단으로 KB를 꼽는다. ‘장타 여왕’ 방신실의 신드롬급 인기 덕분에 KB모자를 쓴 그의 스윙이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재생돼서다.

방신실은 지난 5월 E1채리티오픈에서 우승했고, 한 달 앞서 롯데렌터카오픈에선 지난해 신인왕 이예원이 우승컵을 들었다. KB가 ‘KLPGA 최강 구단’으로 올라선 건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다. 2019년부터 시작한 아마추어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이 이제야 빛을 발한 것이다. 이예원, 방신실, 그리고 태국의 ‘슈퍼루키’ 나타끄리타 웡타위랍(21) 등이 이때 KB 식구가 됐다. KB금융 관계자는 “유망주와 함께 커나가는 금융회사란 이미지를 쌓은 게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괜찮은 성적을 냈다. 시즌 초 부진했던 박민지(25)가 살아나면서 지난달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와 BC카드·한경 레이디스 오픈까지 2승을 거머쥐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정윤지(23), 이가영(24)도 몇몇 대회에서 챔피언 조에 들며 NH 로고를 알렸다. 이정민(31), 성유진(23)을 거느린 한화큐셀과 최혜진(24), 황유민(20)이 몸담고 있는 롯데도 각각 2승을 올렸다.

우승 트로피가 전통의 명문구단 몫으로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안강건설은 임진희(25), 박보겸(25) 등 우승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고, 주류업체 골든블루(이주미·28)와 주차솔루션업체 아마노코리아(최은우·28)도 우승자를 낳았다.

두산건설, 후반기엔 잘할까

반면 올해 KLPGA에 도전장을 낸 두산건설은 막대한 투자에 비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희정, 박결, 유현주(29) 등 스타 선수들이 실력 발휘를 못해서다. 8억여원을 들여 영입한 임희정은 통산 5승을 올린 실력자지만, 올 들어선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13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세 차례 오르는 데 그쳤다. 손목과 발목 부상 탓에 지난달 말부터 잠정적 활동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연예인급 외모로 인기가 높은 박결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역시 아직 ‘전통의 명가’ 명성을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다. 루키 김민별(19)이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을 놓친 게 뼈아팠다.

남자골프는 올해도 ‘CJ판’이었다. 올 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11개 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 CJ 소속 선수들이 우승했다. ‘월드클래스’ 임성재(25)는 오랜만에 출전한 국내 대회(우리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올리며 온라인 누적 시청자 수 역대 최고 기록인 4만 명을 돌파했다. 클릭 수가 늘어날 때마다 CJ의 브랜드 노출 효과는 커졌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차세대 스타로 자리매김한 김주형(21)을 나이키에 내준 만큼 올 상반기에 장사를 잘한 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